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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할수 있었으면

오늘 고희를 맞으신 사촌 형님.그 형님을 내가 알게된 것은 한참이 되었다.학창시절엔,누구나 일탈을 꿈꾸어 보기도 하고 가출을 한번쯤은 생각을 한다.그런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같을 거다.시골에 산 나는 서울에 가보고 싶었다.맨날 와서 서울애길 해 주시던 매형, 매끈하고 허여멀건 얼굴로 귀공자 같이 말쑥한 양복을 입고서아버지께 인사 드리러 오는 사촌 형님들의 자태..꽤죄죄한 시골 사람들만 봐온 나의 눈엔 멋이 있어 보였으니....어느 여름 방학때 였을거다.아버지가 신주 단지 처럼 시렁위에 두었던 까만 가방.그 가방은 아버지가 일본에서 갖고온 당신의 제 일급 보물이 들어있었다.양겹으로 접는 반 지갑속엔 늘 당신이 살림함서 보관해둔 비상금.거기에 비상금이 있단 것은 어렸을때 봐서 잘 안다.늘 거기서 꺼내 주셨으니깐...........서울서 내려온 먼 친척뻘 되던 삘깅이...그의 얼굴 한쪽에 빨간 반점이 많아서 그렇게 불렀나 보다.그 삘깅이를 따라갔지.무작정 서울에 매형과 사촌 형님이 살고 있단 자신감으로...초 저녁의 차를 타기로 약속하곤 아버지의 가방을 살짝 열어 그 돈을 훔쳤다.상당한 돈이었을거다.그리곤 둘이서 야반도주.나만이 도주지 그 사람은 자기집 찾아 가는 거지.그 삘깅이는 내가 갖고 온 돈을 자기가 보관한단다.난 어려서 위험하단 애기지.그 삥깅인 기차안에서 내 돈으로 저녁내 주정을 해서 열차 안내원의 몇번의 주의를 받았지만, 막무가내였다.....꼬박 완행열차를 12 시간을 달려서 아침에 용산역에 내렸다.형님집이 서울역 앞인 동자동인데 왜 용산에서 내렸는지.....??암튼 삥깅이의 안내로 그 형님집을 찾았다.동자동의 그 판잣집.다닥 다닥 붙은 판자집.한 집이 한 3-4 평정도 되었을가?바로 문을 열면 길이었다.부엌은 바로 옆에 붙은 둘이서 들어갈수도 없는 비좁은 공간..옆엔 멀쩡한 양옥집들 사이로 슬럼가가 형성이 된 집들...그 가난한 판잣집들...지금 생각해 보니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있는 거긴 하나의 동네였다.그 집단 판잣집이 아마도 적어도 40-50 채는 되었으리라.그 삐가 번쩍 하면서 내려오던 형님.헌데 사는 집은 이정도 일줄이야...바로 비좁은 골목을 지나면서 남의 안방을 슬척 슬척 보고 지나가는그런 좁은 방.숨이 차오르는 정도의 비 좁은 방이었다거기가 바로 사촌 형님의 보금자리였다.< 이 동철의 꼬방 동네 사람들 >이 여기가 배경이 아닐가?화장실도 갈려면 줄을 서야 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곳..그 꼬방동네 사람들을 읽으면서 난 동자동의 판잣집을 그렸다.- 세상에 이런 곳에 살면서도 형님은 그렇게 거들먹 거렸구나....그래도 난 이 판잣집서 며칠간을 칼 잠을 잤었다.시골서 온 촌놈이라고 낮엔 형님이 남산이며 창경원을 구경을 시켜주었다그때 형님은 바로 서울의 관광지인 남사이든 창경원이든 그런곳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 였지....그래도 그 당시는 그런것이 생계가 유지되었나 보다사진을 찍어서 며칠후에는 보내주곤 하는 사진사........형님의 영업장은 거의가 남산공원.바로 가까운 남산였다.관광하면서 돈도 버는 그 형님의 멋있던 직업.한동안은 그런 사진사가 형님의 공식 직업였다.그래도 날 델고 당신이 여기 저기 설명을 해 주고 또 안내도 해 주셨다어찌나 고마운 형님인지....만약 날 홀대했단 소문을 시골에 계신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면 혼나서 그랬을지도 모른다.그때 작은 아버지인 아버지는 퍽도 어려운 분이었으니깐....그 멋있고 기름 발라 양쪽으로 가름마를 타고 양복을 입고 다니시던 멋있어 보이던 형님..비록 3-4 평되는 판자집에 살면서도 척하고 걸치고 나서면 그렇게 멋이 있어 보이시던 사촌 형님.....그 형님이 이젠 칠순이다.까마득히 멀어 보이는 옛날.어쩌다가 한가한 시간이면 < 성남극장 >으로 모두 극장 구경시켜 주시던 형님...오늘 형님의 고희를 맞아서 난 아주 오래전에 와서 뵙던 그런 형님의상을 상상하곤 했다.아무리 가난한 시절이라 해도 그 시절이 왜 그렇게도 아름답게 보이나?언제 시간이 있으면 형님과 남산을 올라 가 봐야 겠다.- 남산에 올라 서울을 보니 진주알을 뿌린듯이......그 옛 노래라도 불러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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