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日目
경영능력도 세습된다면야 (퍼온글)
삼성전자 직원 가운데 박사가 1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박사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기업은 아니지만, 경쟁력에서 앞서갈 가능성은 크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디램과 에스램 등의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이 회사가 삼성그룹, 아니 한국을 대표하는 초우량기업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총수 아들* 삼성그룹이 그런 삼성전자를 지렛대로 총수 일가의 경영권 세습 작업에 나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씨를 이 회사 경영기획팀 상무보에 임명한 것이다. 이씨한테 그룹 경영권을 대물림하기 위한 과정의 시작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판 여론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세습경영이라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지분 구조로 보거나 우리경제에서의 구실로 보거나 국민들의 기업이나 다름없는 삼성그룹에서 아직도 이런 낡아빠진 경영방식을 쓰느냐는 것이다. 이는 이씨가 삼성그룹을 이끌 만한 경영능력이 있는가 하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그가 만일 경영에 실패한다면 나라경제가 거덜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변칙 증여·상속이라는 의혹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구시대 유물인 경영권 세습은 다른 재벌그룹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여러 재벌그룹들이 지배주주의 지분 정리와 임원 인사 등을 통해 세습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에스케이그룹은 그런 점에서 삼성그룹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에스케이(주) 회장은 최근 그룹 지배권을 구축한 뒤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씨가 머지 않아 손길승 회장으로부터 그룹 회장 자리까지 물려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경영능력을 검증받아 왔는지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재벌총수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순환출자와 부당 내부거래라는 손쉬운 방식을 사용해 지배권을 장악했다. 또한 현대차 롯데 쌍용 효성 신세계 그룹 등에서도 속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경영권 세습이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엠에프 체제를 전후해 쓰러진 재벌그룹들을 보면 상당수가 2~3세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곳이다. 이들이 망하게 된 데는 외부 요인도 없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2~3세 총수들이 경영능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경영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총수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그룹경영을 맡다보니 잘 꾸려갈 수가 있겠는가.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은 세습받을 수 있었지만 경영능력은 세습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자본주의 역사가 긴 선진 외국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대세로 자리잡은 것은 이런 사실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물론 대주주의 자식이 경영을 맡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밑바닥에서부터 경쟁을 거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기 때문에 사실상 전문경영인이나 다를 바 없다. 아이엠에프 사태라는 홍역을 치르고도 여전히 재벌의 세습경영이 계속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나라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재벌총수와 그 가족들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재벌총수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경영능력까지 세습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 더이상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말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도록 하는 게 좋다. 그 대신 지배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면 되지 않겠는가. 굳이 자식들을 경영에 참여시키고 싶다면 다른 직원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시켜 능력을 인정받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아이엠에프 교훈 잊었나* 세습경영이 사라지지 않는 데는 정부 탓도 크다. 재벌개혁을 강조하긴 했지만 정작 세습경영의 토대인 전근대적인 소유·지배구조를 수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가 소유·지배 구조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불법·변칙 증여와 상속을 뿌리뽑아야 한다. 이경/논설위원 [email protected] 한겨레 신문 칼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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