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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3 일째

망해사(望海寺) ( 퍼온시 )

이병욱 : 1968년 수원 출생, 수원대 서양화과,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대나무 잎새 몸 부비는 소리 등에 업고 바다를 바라보는 망해사, 파도가 읊어대는 경전 소리에 처마끝 종소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절간을 지나는 동자스님의 발걸음이 바람에 떠밀리는 마른 잎 같다 파도소리, 묵묵한 바위의 등을 내리칠 때마다 허공을 떠다니는 낮은 소리들 단청 없는 대웅전 앞에 무릎을 꿇고 내 발걸음도 대웅전 앞으로 밀려간다 낮은 숨소리 웅웅대는 절터를 비추며 조용히 내려앉는 서녘해, 노을빛 단청을 그린다 내 얼굴엔 단청이 그려졌을까 바다로 발을 옮겨 얼굴을 비추면 이내 얼굴을 삼키는 허연 물거품 귓가에 파도의 일렁거림만 맴돌고 바다의 들숨에 석양마저 빨려 들어간다 법구경 읊는 소리도 바다 밑으로 묻혀진 걸까 쉴새없이 어둠을 내뿜는 잔주름 깊은 바다 잔불 소리도 없이 내 속을 비워내고 바닷바람 소리없이 범종을 흔드는 망해사, 아무 말없이 바다 위로 단청을 털어내고 있다 - 1998 년 대한매일신춘문예당선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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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92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92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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