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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휴간데 뭐 하세요, 어디 바람이나 쐬러 갈까요?
걸려온 j의 전화.
추석연휴에 또 다시 휴가라니 참 좋은 회산가 보다.
그녀의 차를 타고 부천의 식물원을 들러 관람을 했다.
오늘,
빨간 유니폼을 입은 유치원생들이 참새떼처럼 떠들며 구경왔나보다.
온 세상이 모두 자신들의 것인양 즐겁게 보일 시기지.
무슨 걱정과 고통이 있겠는가.
가까운 거리지만,
첨 와봤다.
식물원은 별로 크진 않지만, 부지는 넓어 구경하긴 편하다
공기도 좋고 위치도 산아래 있어 관광으론 안성맞춤일듯...
허나,
과연 이런 와곡에 이런 시설을 만들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러 올까?
의문이 든다.
지자체에서 너도 나도 각종 시설을 수지타산도 맞춰보지도 않고서 주먹구구식으로 건립해
세금을 축내는 곳이 한둘이 아니란 소식을 들었다.
그게 바로 전시행정의 표본이 아닐가.
그 안에,
우리들의 어린시절을 떠 올리게 하는 전통가옥이 한채 덩그마니 서 있다.
꼭 용인의 민속마을 본떠 옮겨 온듯한 전통흙담집.
정감이 간다.
-저건체고, 저건 키고...
저건 나락을 찌을때 몇명이서 찟던 디딜 방아고...
저건 배틀,
j도 어린시절엔 본것도 있는 물건들이라 정감이 간단다
마치 오래전으로 돌아간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겨울이면,
초가지붕의 처마밑으로 넣어 참새알을 꺼내어 궈 먹던 일들.
하얀 함박눈이 대나무에 엄청싸일때 조용히 다가가 흔들어 잠을 자던 참새가 떨어질때 주워 담았던
기억들...
아련한 지난날의 추억일뿐...
j와는 살았던 환경이 엉뚱한 곳이었고 지역적으로도 엄청난 거리였지만....
동감을 느끼는 건 많았다.
나이차이가 있음에도 그러하니 한 시대의 풍물은 단순간에 끝나는것이 결코 아닌 탓이리라.
1시간 정도를 식물원을 배회하다가 나오는 길엔 둥근 그릇에 소롯히 피어난 연꽃 몇송이
그 은은한 향은 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곳곳에 피어난 코스모스가 가을이 왔음을 말해 주고 있다.
왠지 코스모스의 연약함에선 슬픔을 연상한다.
너무도 가녀린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는 심정일까.
코스모스가 지면 머 잖아 겨울이 도래한단 사실앞에 서글픔이 앞선지도 모르겠다.
점심은,
원주 추어탕을 먹었다.
늘 그녀의 식성에 맞추다 보니 그걸 자주 먹게 된다.
식후의 은은한 커피 한잔의 맛.
너무 좋다.
모두들 나무그늘에서 커피잔을 앞에 놓고 식후의 나른함을 즐기는거 같다.
-저기 대추가 열렸어요 몇개 따 줘요.
-남의것을 따면 안되지 왜 그걸 따려고 해?
-몇개 딴다고 뭐 어떨려고?
-따고 싶으면 따 난 싫어 괜히 주인에게 싫은 소리 들을가봐..
이런 대화를 엿들은 주차관리인이 몇개 따준다.
-이건 소님들이 따도 돼요 어차피 고객들몫인데요 뭐..
한 주먹 따 준다.
좀 머쓱했지만,아무말없이 따긴 좀 그랬었다.
잠간 동안의 외출이긴 했지만......
함께 했음으로 즐거웠다.
j도 그랬으리라.
덥긴했지만,바람은 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