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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6 일째

그때의 눈 지금의 눈

어렸을때,

눈이 오면 왜 그렇게 기뻤을까?

마냥 좋았다.

바람불지 않고서 내리는 함박눈은 마치 꽃가루 같아서 받아먹기도 하면서

깔깔대면서 좋아했다.

 

넓은 저수지는,

꽁꽁 얼어서 동네 친구들이 모두 모여서 거대한 운동장 같았지.

팽이치기, 재기차기, 썰매타기 등등으로 소란스럽기도 했다.

그 중에서 난,

설매타기를 젤로 좋아했다.

형이 만들어 준 썰매, 씽씽 달릴땐 그 스릴은 뭐라할수 없는 기쁨.

몇번이나 넘어져도 아픈줄도 추운줄도 모르게 지쳤지.

 

40여호의 아담한 동네라 어디 마땅히 놀만한 곳도 없었던 시절.

여름은 수영으로, 겨울은 얼음판위에서 썰매등으로 놀기 좋은 장소였다.

 

-왜 눈이 오면 그렇게 설레고 마음이 들떳을까?

갖혀있던 친구들이 다 모이고, 거대한 운동장위에서 노는 기분은 무어라 할수 없었다.

함께 놀았던 성호, 정오, 숙은 이미 고인이 된 친구들.

 

지금의 눈은 어떤가?

아무리 함박눈이 내려도 그 시절의 감흥이나 설렘 보다는 걱정이 든다.

그 만큼이나 낭만은 사라지고 냉엄한 현실앞에 내 팽개쳐진 자아를 본다.

-길이 미끄럽겠지?

-많이 쌓이면 염화칼슘이라도 뿌려야지.

-빙판길을 달릴려면 차가 조심해야지.

철저하게 현실만 챙기는 찬 가슴의 소유자로 변해버린 내가 있음을 본다.

이렇게 사는게 아닌데....

 

눈이 따스한 솜털 같기만 정답던 그런 기분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반가움 보다는 걱정을 하게 되는 눈.

눈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데 이렇게 달라진 차거운 가슴.

뜨거운 피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인가...

괜히 마음만 쓸쓸해 진다.

정서가 매마른거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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