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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하늘이 뿌옇다.
운무가 낀 하루, 마치 내 마음처럼 뿌옇다.
어제 숙을 병문하고와선 간 밤을 제대로 못자고 뒤척였다.
주마등 처럼 스치는 추억들이 그렇게 잊지 못하게 하나보다.
-우리 삶이 얼마나 허무로 꽉 찼는가.
긴 인생을 살거 같아도 그건 내 욕심일뿐데......
숙과는,
한 동네 살아 너무도 잘 아는 사이일뿐 아니라,
사춘기 시절부터 이성보다도 깊은 우정으로 이어온사이라
잊을수 없다.
한 겨우내 그렇게 긴 시간들을 함께 하고 있다가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온 신앙촌.
비정한 이향은 웅지를 품고 떠났는데......
먼거릴 마다않고 찾아왔던 숙이.
단순한 우정이였나.
-신앙촌이 신촌인가 구별이 안돼 얼마나 해맺는지 몰라.
첨엔 신촌에 가서 물어봤어, 엉뚱한 곳이더라.
그럴만도 하지.
시골여자라 신촌과 신앙촌은 뉘앙스가 비슷해지만 동떨어진 곳인데.....
번듯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자아가 부끄러웠다.
나름대로 숙은 기대를 했을지도 모르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경했던 숙이.
종로에서 우린 또 만났었다.
고향 친구들이 엉뚱한 도심에서 반갑게 만났지.
21살에 서둘러 결혼한단 숙의 전갈을 받았을때...
행복의 첫발을 내 딛는 숙과 비교해 아직도 걸음마 단계서 발전못하고 있는
내가 미웠지만 보고 싶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
내 가까운 친구가 아닌 아름다운 성장한 여인의 모습으로 반갑게 맞는다.
내 키는 점점 작아져 보이고.....
간간히 안부를 전하면서 그렇게 긴 시간을 우린 한번도 우정을 잊지 못하고
살아왔다.
내가 숨었어도 어떻게 알고 전화했다.
우정의 빛갈도 이렇게 짙은건가 보다.
지난번,
식사후에 노래방에서 숙의 18번을 부르라 했다.
-수양 버들이 하늘 하늘.....
한 명숙의 60년대 힛트곡.
옛날이나 여전한 목소리며 음성이 듣기 좋았는데,
그게 마지막 노랠 줄이야.......
이젠,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조용히 떠나려는 숙이.
그렇게도 삶이 고달팠는가?
서둘러 떠날려고 하게.......
-넌, 왜그렇게 나이가 들어보이지도 않고 늙지도 않냐?
속이 없나보다.
-그래?
ㅎㅎㅎ...
내가 원래 속이 없는여잔거 몰랐어?
매일 매일 즐겁게 살려고 해서 그런가 봐.
그런 농담조차도 이젠,
영영할수 없는 사람.
그냥 추억으로나 그려봐야 하나 보다.
좀 자주 만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