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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6 일째

운명이란 굴레.

 

성산동의 ㅎ 에게 갔었다.

매일 면벽생활로 시간을 때우는 그.

-요즘은,

그래도 날씨가 추워 괜찮은데 꽃 피는 봄오면 어떻게 지낼지 답답해져.

-그땐, 조금씩 천천히 나가서 햇볕이라도 쬐야지.

넘어져도 운동은 절대적으로 해야돼.

-점점 걷기조차 힘들어.

 

지난번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구며, 모든것이 낼이면 이사라도 갈듯이 너져분한  집안 분위기.

마음만이라도 좀 개운하게 해줌 좋을텐데.......

 

퍽 반가운가 보다.

가까우면 자주 올수 있는데 오기가 어렵다.

 

긴 세월동안 사귄 여자의 변심앞에 아직도 상처가 큰가 보다.

부부가 아닌이상, 상대방의 병든 몸을 알면서 한결같이 사귐을 가질수 있는

아량넓은 여자가 있을까?

-그 사람은, 현실을 직시하고 떠난거야.

아무리 긴 시간을 함께 했어도 현실을 무시할수 없는거야.

-그래도 어떻게 그럴수 있어?

적어도 한 동안은 만나는 시늉이리도 보이다가 떠나야 도리아냐?

그 간의 쌓인 대화가 얼만데 그렇게 한 순간에 떠날수 있어?

-어차피 갈 사람이야.

지금 당장 곁에 있다고 해도 예전처럼 그렇게 만날수 있겠어?

자격지심이 들어 되려 자네가 피할거 같은데...........

-그건 모르지.

 

이성간에 사랑하느니, 오랫토록 변치 말자....

다 좋은 말이지만, 그건 현실이 충족되었을때의 말일 뿐...

현실이 바뀌면 달라지게 되어있다.

그게 인간의 본성같기도 하다.

 

아무리 긴 세월을 대화나누고 끈끈한 정으로 뭉쳐진 사이라도

필연적인 만남이 아닌이상 어떻게 불변을 기대하는가?

아무리 자신을 부인해도 객관적으로 내일을 기약할수 없는 환자인 것.

아니,

완치에의 희망조차도 불투명한 현실앞에 '비정이니, 매정이니' 하면서 떠난 사람을

원망하는 것은 자기당착인지도 모른다.

-과연 자신도 그렇게 입장이 바뀌었을때 떠나지 않고 머물수 있다고 장담할수 있을까?

흔쾌히 그럴수 있다고 대답할 자신이 있을까?

 

-이곳 저곳의 못도 박아주고, 피시도 가즈런히 정돈해주고 왔다.

한손은 움직임조차도 불가능해 작은 못하나도 박을수 없단다.

물론,

자판도 독수리 타법으로 긴 시간동안 쓸수 밖에 없다고 한다.

 

줄기세포로 인한 치료가 임상실험중이라고 하는데...

과연 일반환자에게 치료의 길은 언제나 열릴지......

 

어떤 확실한 치료약도 복용하지 못하고 매일 매일이 그날이고 그날인 생활.

어떤 약으로 인한 효험조차도 없는 그런 막막한 생활하는 ㅎ .

앞이 보이지 않는 미로를 헤쳐가는 듯한 그의 일상.

그게 더 답답하고 안타깝다.

 

-그래도 절대로 포기말고 열심히 운동은 해야돼.

귀에 들어오지도 않은 이런 말만 위로하고 왔을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것은 운명같다.

자신의 의지과 상관없이 찾아오는 운명.

그렇게 건강했던 그가 이런 불치병에서 헤어나지 못할거라 누가 상상했겠는가?

이건 운명인거야,

어찌 할수 없는 운명이란 굴레.

그의 휑한 눈이 서글프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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