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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엄마가 폐암이래요.

-큰 아버지, 저 지금 뵈러가는 중인데요, 여기 성산대교 막 건넜어요, 전의 그 집맞죠?

-왜 갑자기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거냐?

전의 그 집이 아냐. 까치터널 지나기 전에 우회전해서 와 전화해.

 

어제,

6시경였나?

뜬금없이 온다는  주현의 전화다.

 

세화와 함께 온 주현.

7년만에 해후인거 같다.

같은 서울 하늘아래 살면서 왜 이렇게 닫고 살아야 했는지....

어머님 별세후에, 군대 간다고 온 녀석에게 야단친게 엊그제 같은데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한결 늠름해지고 성숙해 뵈는 주현이와, 인형처럼 이쁜 세화.

29살의 주현이와 23살의 세화.

성숙한 성년이 다 되어 나타난 이들.

-어떻게 천륜을 막을수 있는가?

아무리 부정해도 엄연한 의성김씨가문의 핏줄인걸....

 

-갑자기 결혼은 왠 일이고 그렇게 서두른 이유는?

-병원에서 진단 받았는데 엄마가 폐암이래요 그것도 말기라고요.

가을에 할 계획였는데  어쩔수 없이 앞당기는거예요.

혹시 엄마가 그 사이에 어찌 될지도 몰라서....

 

기가 막힌 현실.

-여자가 왠 폐암이며 그렇게 말기까지 왜 방치는 했는지...?

-그 사이엔 왜 그렇게 마음을 닫고 살다가 이제야 나타나는지..?

 

주현, 세화는 성북동에서 살고,

제수는 치료를 포기하고 파주의 공기좋은 곳에서 요양중이란 것.

이젠, 자식들이 다 성장해서 자신들의 길을 스스로 걷겠지만, 세화는 어쩌란 말인가.

 

한 동안은 멍한  침묵만이 흘렀다.

오랫만에 만나서 이런 참담한 상황을 듣고보니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떻게 이럴수 있는지....

 

-동생이 남긴집,매월 들어오는 연금으로  살았겠지만 그 동안의 삶에 어찌 애로사항이

한 두번이 없었겠는가?

가끔 시댁에 비빌 언덕이 왜 필요하지 않았겠는가...

모든것을 접고서 그렇게 아등 바등 살더니 결국은 이런 현실이라니.....

 

동생 죽은뒤에,

두서번의 제사엔 참석을 했었다.

그후, 어느 날 갑자기 성산동 아파트 팔아버리곤 숨어버렸었다.

일체의 통화조차도 끊어 버리고 어딘가로 숨어버렸던 제수.

제수의 의도적인 행위가 이해가 되질 않았었고, 지금도 그건 모르겠다.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자신의 의도대로 집을 처분해 버린 것에 대한 질책이 두려웠을까.

추리만 해 볼뿐....

 

제수의 행동은 좀 특이했다.

분수를 모르고 이것 저것 펼쳐논 일들.

카페를 하네 뭐를 하네 함서 상당한 돈도 날려 동생과의 불화도 있었다.

와이프에게 차용해간 몇백의 돈도 갚질 않았었고......

자격지심였나, 그게?

 

제수는, 우리곁에 나오질 않았지만.....

조카들은 가끔 방문하곤 했었는데......

어머님 별세시에도 끝내 나타나질 않았던 사람들.

미움이  컸었다.

지난과거를 털고 나왔으면 모든게 다 희석되는데..........

그렇게 모질게 이를 갈면서 나오지 못한 이유가 뭔지??

그렇게 마지막 보길 원하던 어머님의 소원조차도 끝내 거부한채

오지 않았을까?

어떤 원한이 사무쳐서..........

그건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지.

 

그 미움의 세월.

-주현이네 소식은 알고 있나요?

-그 놈들 소식을   왜 물어요, 인간도 아닌것들을.....

애써 미워했었고, 누군가  묻는 안부조차도 듣기 싫었다.

 

돌아가실때 까지도 가슴에 묻었던 자식, 그리고 손주들.

녀석이 죽은뒤론 웃음조차도 죄인이란 심정으로 애써 숨기며 사셨던 어머니.

그렇게 애통해 하셨던 어머님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럴순 없는 일이다.

가시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찾아와 어머님 손이라도 잡아줬더라면............

미움이 서리 서리 맺히지 않았을텐데.....

 

허지만,

이젠 생의 끝자락에 서있는 제수.

더 나아갈 길 조차도 없는 외딴길 뿐...

치료조차도 포기하고, 희망없은 나날을 보내는 시간.

당하는 본인의 쓰림이야 오죽할까?

 

미움을 접기로 했다.

미움도 세월이 흐르면 바래지는가?

-왜 그렇게 살았냐고 묻지도 않기로 했다.

왜 그렇게도 모질게 철저하게 닫고 살았냐고 결코 묻지 않기로 했다.

왜 모르겠는가, 그 길이 정도가 아니었단걸....

지금에사 후회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아직은,

홀로서기가 불안정한 나이의 자식들.

그들을 놔두고 가야 하는 그 먼 나라.

영영 되돌아 올수 없는 먼 길을 떠나는 제수의 기막힌 설움은 어찌 내가

헤아릴수 있겠는가?

그 토록 오랫동안 잠적해 이런 모습으로 보여 줄려 그랬단 말인가?

회복이 불가능한 생의 끝자락에서 이렇게 못난 모습으로 보여주는가?

미움인지 연민인지 모를 묘한 감정만이 교차한다.

-삶은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데, 왜 그렇게  살아야 했는지........

삶을 자신의 의도대로 재단하고 살았는데 결국 좋은 결실을 맺었어야 하지 않는가.

50대 중반서 닫아야 하는 어쩔수없는 삶이 온당치나 한건가.

불쌍한 여자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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