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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日目

내 사정 잘 애기해줘.

-양섭씨 모친 별세했어요, 모래가 발인인데 낼 2시 강남역에서 모두 만나자 했어요.

어제밤, 지천명 모임 총무의 전화다.

 

90세를  넘어 100세까지 장수하실거라 기대하더니 가셨단다.

노인들은, 아무리 건강하게 보여도 밤새 가실수 있어 안심할수 없다.

강남이라고 하는데,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갈수없는 사정이니 어쩌나..

꼭 가야 하는 처진데....??

 

2003년 3월말경의 추운 겨울 날.

먼 전라도까지 불원천리 찾아와 준 양섭씨.

지금도, 그 고마움을 잊을수 없는데.......

하필 지금이라 어쩌나?

간밤엔 잠도 설쳤다.

 

도저히 갈수있는 처지가 아니다.

아무리 거울을 들어다 봐도 이 몰골로썬 내밀수 없을거 같다.

군데 군데 수술부위가 딱지가 달라붙어 영낙없는 곰보얼굴.

몇번을 닦고서 크림을 발라도 여전히 못봐주겠다.

누가 보면 큰 교통사고라도 당한거 같은 몰골.

이 주제로 어디 강남까지 가겠는가?

 

-ㅂ 형,

나 도저히 못갈거 같에.

내 사정을 좀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대신 부의금도 내줘.

꼭 가야 도린데 어쩔수 없어.나중에 양섭씨에게 사정을 애기하겠지만.....

-그래, 알았어.

 

오해가 없겠끔 설명을 해 주라했다.

나중에 애긴하겠지만 모르면 얼마나 서운할건가?

당연히 얼굴을 비쳐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을때 서운함은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으로

다가 온다.

매사가 칼 같은 양섭씨.

끊고 맺음이 확실한 사람이지만, 이해 하리라.

 

24일 한비회 정기산행도 못갈거 같다.

딱 좋은모임인데  어쩔수 없다.

 

-좋은 선크림 있음 추천 좀 해줘..

병원서 추천해 준건 없던데....

-그게 그거니까 인터넷서 잘 알아보고 사요.

j의 문자.

그녀도 수술한지라 답답한가 보다.

책을 갖다줘야 하는데 갈수없다.

차로 금방 달려 갖다줄까?

 

양섭씬, 지난 년말에 아들을 결혼시켰다.

모친 생전에 잘 한거 같다.

90넘어 가셨으니 천수는 누린거 같은데............

그렇다고 홀가분한건 아니지.

지금은 몰라도,

조용히 모친 사진이라도 들어다 보면 주체할수없이 흐르는 눈물을 어찌 할건가.

회한의 눈물일수도 있고, 영영 볼수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눈물일수 있다.

왜 아쉽지 않고 후회스럽지 않겠는가?

부모자식의 인연을 끊고 만건데.........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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