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7 일째

막걸리가 원죄

오랫만에,

관악산에 올랐다.

강 과장님, 상두씨, 순희씨와 넷이다.

 

동안 극성을 부리던 혹한도 멈추고.  따뜻한 봄날같았다.

이렇게 화창한 날에 산에 오지 않았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아무도 밟지 않은눈길을  천천히 걷지만 미끄럽다.

아이젠 하지 않고선 엄두도 못낼거 같다.

한발 한발 옮길때 뽀드득 소리가 기분좋은 음향으로 들린다.

 

산위엔 눈도 잘 녹지 않는건가보다.

온통 하얀 눈으로 덮힌 관악산은 마치 엊그제 눈이 내린듯 그대로다.

양지바른곳만 녹았을뿐......

온산이 은빛으로 빛난다.

 

사당역에서 시작해 연주암밑으로해서 서울공대 길.

평소같음 4시간이면 넉넉한 코슨데  6시간정도 한거 같다.

미끄러워 빨리 걸을수 없다.

안전이 최우선이지, 과욕을 부릴 이유가 없다.

 

과천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좋은 곳서 점심을 했다.

하늘은 맑고 화창해서 더 이상 좋을수 없는 날씨.

각자가 준비한 점심메뉴.

-주먹밥, 컵라면, 도시락, 햄버거, 포도주,우유, 커피, 막걸리 등등.

한곳에 쌓으니 푸짐하다.

누구나 산에 오면 식욕이 좋아 더 먹게 된다.

땀을 닦을 사이도 없이 한잔의 막걸리 맛은 뭐라할수 없는 달콤함이다.

숨을 헐떡이면서 올라와서 갈증을 풀어주는 그 막걸리  맛을 누가 알까.

 

등산의 희열도 크지만,

도란도란 거림서 점심먹는 재미도 무시할수 없다.

-이거 아침에 정성껏 해 본건데 한번 잡숴 보세요 보기 보다 맛이 좋아요.

-그래요?

그런데 이거 손으로 주물럭 거려 만든거죠, 손은 깨끗히 씻었는지 궁금해요 ㅋㅋㅋ.

-걱정마세요 내 손은 항상 깨끗하니까요.

거무티티한 주먹밥.

보기엔 맛도 별론거 같았는데 의외로 구수하고 맛도 좋았다.

 

막걸리 4병을 거의 세 사람이 마셨다.

강과장님만 딱 한 컵 마시곤 모두 우리가 먹었으니....

순희씨도 남자못지 않게 애주가여서 잘 마신다.

이렇게 미끄러운 길을 걸으면서 너무 마신거 아닌지 모른다.

모두 아이젠을 신었단것에 자신감을 보인거지만 술을 먹음 모든게 쉽게 보여

만용을 부리기 쉽다.

겁이 없어져 자칫 잘못하면 추락할수도 있으니까...

 

모두들 얼굴이 벌겋게 익은 얼굴로 천천히 하산했다.

어느덧 상두씬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나오고...

헌데, 막걸리를 마시면 소변이 자주 마렵다.

아무리 급해도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노상에서 방뇨는 예의가 아니지.

겨울이라 가릴수 있는 마땅한 엄페물도 없고 바위밖에 기댈게 없으니

한참을 깊은곳으로 들어가서 일을 보곤 한다.

여자라고 예외가 아니지.

-저 잠간 일좀 보고 따라 갈께요 천천히 가세요.

-아니, 참을수 있음 참아봐.

10분정도면 사찰인데........

-못 참을거 같아요.

-그럼 그 사찰로 와요, 천천히 걸어갈테니....

 

10분, 20분,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은 순희씨.

남자셋은 초조했다.

배낭은 내가 메고 있고, 나타나지 않은 주인공.

-당신은 여기 지키고 있고, 상두와 난 찾아델고 올거니 기다려.

-30분이 지났는데 거기 있겠어요?

편하게 보고오지 너무 깊은 계곡으로 들어갔다가 실족이라도 했는지 알수없다.

점점 초조해진건  남자 셋.

혹시,

실족해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눠 있는줄 어떻게 알겠는가?

헌데 왜 여태껏 핸폰은 울리지 않은건가.

당연히 해 줘야지.

전화 번호도 다 아는 사인데.....

두 사람은 좀전의 그곳에서 이름을 연호해 보지만 메아리 뿐...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하고 불안한 맘은 어쩔수 없었다.

 

두 가지 추측을 해 본다.

-다른 길을 통해 먼저 갔던가...

-어딘가에 실족해 숨도 못쉬고 눠 있던가..

헌데, 왜 전화조차도 주지 못하는가?

전화를 걸면 분명 신호는 가는데 응답이 없다.

전화조차도 할수없는 상황인가?

불과 몇분사이에 사라진 그녀.

 

대책도 없이 그 절에서 기다리고 있는 셋.

그때였다.

희미하게 들리는 핸폰소리.

그녀의 배낭에서 들리는 희미한 음향.

-여보세요,거기 어디?

-미리 오신줄 알고서 바쁘게 안양쪽으로 왔어요.

-거긴 왜?

여기 절에서 기다린다고 했잖아요?

모두 여기있으니 빨리 와요 절로...

 

분명히 길목에서 지키고 있었는데 언제 통과했단 것인지?

그녀는, 핸폰까지 베낭에 뒀으니 전화도 할수도 받을수도 없었지.

겨우 남의 핸폰 빌려했단다.

 

순희씨 때문에 한 시간을 해맨거 같다.

그 정도시간이 경과했음 빨리 연락을 취해야지 그렇게 늦게 연락할께 뭐람.

충청도 출신이라 말도 행동도 느린건가?

공교롭게도 그녀가 통과한 것은 남자 셋이 화장실 간 사이였나 보다.

아무도 없어 간걸로 알았다고 하는 그녀.

 

-오늘 해프닝은,

누구의 잘못도 없어.

그 막걸리 마신게 죄야.

-네네.

그렇고 말고요 그 막걸리가 문제죠.

마시지 않았음 절대로 오늘 해프닝은 없었을텐데...

-이래서 또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었잖아?

잊혀지지 않을 추억..ㅋㅋㅋ..

-그렇네요.

-너무 놀리지 마세요 제가 몸둘봐를 모르겠어요.

-순희씨 잘못 아니라니까..

막걸리마신게 죄야.

 

그래도 기분좋게 설원을 헤치며 스트레스 풀었으니 등산온 보람은 충분했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거고.......

 

 

 

 

 

 

 

 

 

 

 

 

 

 

 

댓글 작성

일기장 리스트

12 1991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90 독백 98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