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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18세 소녀앞에서....

시티에서 불발로 끝난 우리사랑.

Y를 잊을수 없다.

-첫 사랑였을까, 그녀가...??

 

범박리 비닐공장.

한참 붐을 이르킨 시티 비닐 제품.

30 여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일의 마무리를 하는 남자 3명뿐..

모두가 여자다.

모든 여공들이 시골에서 데려온 여자들이지만,

Y 만 나사렛에 살았었지.

시골에서 올라론 소녀들은 그렇고 그런 학력였지만...

그녀만 여고졸업후, 마땅한 일자리를 못 구해 당분간

거길 다녔었다.

-내 눈엔 단연 군계일학으로 보였던 그녀.

큼직한 눈망울과 반듯한 이마, 도톰한 입술, 둥근얼굴형의 미인.

18 세라면 한참 피어날 꽃이기도 하지.

 

이종사촌 여동생 ㅈ 도 거길 다녔었다.

ㅈ 는 그녀보다도  아래다.

나와 그녀의 집은 같은 방향이라 함께 퇴근하곤 했다.

야간근무를 할땐 그녀 집까지 바래다 주곤했지.

ㅈ 와도 함께...

 

-오빠,

그 Y 언니가 이걸 선물로 사 주었어, 이 핸드빽 이쁘지?

-그래?

집을 바래다 주니 고마워 그랬나 보다.

헌데 너무 비싼거 아냐? 비싸 보이는데...

-그래, 비싼거야.

나 한테 너무 잘 해줘, 그게 혹시 오빠 때문아냐?

-왜?

그럼 날 좋아하면 날 주지 왜 너 주니?

그래도 이런 선물 받음 부담느껴 못써.....

-오빠에 대해 자주 묻곤해..

형제관계, 학력,성격, 취미등등...

관심있으니 그런거 아냐?

그래도 선물받으니 좋네, 난...

 

ㅈ 가 나오지 않은 어느 날.

그 날도 야간끝나고 함께 갔었지.

하나의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야 하는 나사렛 동네.

거긴 그녀가 혼자가기엔 좀 무서운 고개였다.

너무도 한적한 곳이라....

중간에 쉬면서  대화를 나눴다.

공장에서 만나면 목레만 할뿐 대화한번 나누지 못했는데....

둘이서 호젓하게 첨으로 대화한거 같다.

 

진실한 마음으로 연애한번 못해봐 그런건가...

너무 순진해서 그런건가......

그녀 곁에선 내 심장은 쿵쿵 뛰고 있었다.

자의적으로 어떻게 해볼수 없었다.

내가 왜 이럴까...

내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았을까?

내 귀엔 그 소리가 들리는것 같았었지.

 

-앞으론 ㅈ 에게 선물주지 마세요.내가 보기에 부담되요.비싸보이고...

-ㅈ 오빠가 왜 부담돼요,내가 주고 싶어 주는 건데요?

ㅈ 가 잘해요 나 한테..

친하니까 주는거죠.깊은 의미는 없어요.

-ㅈ 가 뭐 잘한것도 없어보이고,보기도 그러니까....

그녀가 늘 오빠란 호칭앞에 ㅈ 의 이름을 대는게 조금은 이상했지만,

계면쩍어 그랬던거 같다.

하긴, 그 당시만 해도 어떻게 오빠란 칭호가 자연스럽게 나오는가?

 

달빛아래의 두 사람.

마음만은 고백 하고 싶고, 손이라도 잡고 싶었고, 안아보고도 싶었지만

마음뿐.....

그녀는 너무도 멀어보였다.

내 곁의 그녀가 왜 그렇게도 멀고 높아 보였을까?

넘 명랑한 그녀도 내 앞에선 얌전한 소녀였고 수줍음 많은 여자였다.

18세의 귀엽고 사랑스런 소녀Y..

쿵쿵뛰는 심장이 터져 버릴거 같아 못하였다.

너무도 상대가 좋으면 이렇게 심장이 쿵쿵거리나 보다.

전에 느끼지 못한 이상한 충격이다.

 

우리 두 사람의 관계된 애기는 못하고 엉뚱한 주변애기로 시간을 채우고 말았다.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매꾸기 위해..

-사랑한다.

너를 좋아한다.

왜 그 말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을까?

왜 그녀가 그렇게 높아만 보였을까?

다소곳이 귀를 귀울이며 경청하던 그녀.

<사랑한다>는 말을 고대한건 아닌지........

 

그 후에도 ㅈ 의 편으로 가끔 선물도 받았고,둘 만의 시간도 가졌지만.....

늘 우리의 위치는 그 자리에서 진전도 못하고 그 모양 그꼴로 맴돌고 있었다.

얼마나 박력없는 남자라고 섭섭해 했을까?

얼마나 한심한 모습인가, 남자가 되어서...

지금 생각해도 참 어리석고 한심한, 용기없는 바보였다.

 

얼마후에,

그녀는 울산으로 이살가게 되었다.

ㅈ 의 편으로 인삿말만 들었을뿐 만나지 못한 우리들.

끊어진 인연, 불발로 끝난 사랑.

보내고 나서 너무 큰 공허, 아쉬웠다.

실망을 했을까?

 

지금도 그녀와의 사진을 가끔 본다.

가즈런히 양갈래 머리와 둥그런 얼굴형.

나를 빨아들일듯한 커다란 눈.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18세의 꿈 많은 소녀앞에서 사랑한단 말 한마디 못하고 보낸 그녀.

그녀도 기억하고 있을까?

-참 바보 같은 남자 사랑한단 말만 했어도 그곁에 있을 각오였는데...

그녀의 추억에 이런 모습으로 비쳐질까?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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