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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난,
딸 넷에 아들 하나다.
그러니 그 아들이 얼마나 귀한가?
학수고대하던 아들을 얻자 매형의 장문의 편지.
-이제 저도 조상님께 면목이 있게 되었습니다.
아들을 낳아야만 사람 노릇한다는 사고.
아들을 낳아야 체면이 서고 혈통을 이어간단 사고.
남아 선호사상이 남달랐던 매형이라 당연한 것이었다.
딸들은 백일잔치는 고사하고 돐 잔치도 없었지만....
아들놈은 거창하게 치뤘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린 음식.
그 사진들을 보냈었다.
-그 잘난 아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성실하고, 근면했던 매형은 삼선동에 살때 남 보다 너른 집을 지었고...
월세을 놓아 상당한 돈도 들어왔다.
동대문 시장에서 마늘 도매상으로 돈도 께나 벌었다.
번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차곡 차곡 저축했고.....
-나중에 한번 땅땅거림서 살날이 올거야.
그때 까지만 참아요 여보.
궁핍하게 산다고 투덜대는 누나를 그렇게 달랬던 매형.
그런 매형이 자랑였는데.........
어느 해,
돈내기 노름을 하곤 그 집이 남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술과 노름.
매형의 약점였다.
결국,노름으로 그렇게 힘들게 모았던 모든것을 잃었다.
한 순간에 모든것을 잃고 초라한 행색으로 귀향.
어떻게 하든 서울에서 버텨 볼려는 누나의 주장도 매형의 고집을 꺽지 못했다.
서울서 당당하게 살던 사람이 빈 손으로 고향에 돌아온들..
누가 그를 반갑게 맞이할건가?
한뼘의 땅도 없는 고향엔 뭐하러 왔는지....
부끄러운 모습으로....
하루 아침에 빈 털털이로 전락한 초라한 인생.
화를 푸느라 매일 술로 세월을 보낸 매형,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건지.........
미처 버렸다.
어린 5남매의 모든 것은 누나의 몫.
기가 막힌 농촌의 생활.
그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 누나를 목격한 아버진,
저녁내내 한탄하셨지만.......
도와줄 형편도 못되는 마당이라 맘만 아팠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했다.
누나는,
이를 악물고 피나는 고생을 했다.
남의 삯일로 품앗이로......
귀향후 한 5년 버티다가 매형은 그 정신병으로 인해 강물에 투신자살.
사체 조차도 한참이 지난 뒤에야 찾았으니..........
-차라리 죽으니까 내가 더 편하더라.
간 사람은 안됐지만 그렇게 살면 뭐 한다냐...
사실였다.
매형은 매일 술로 세월을 보내고 일만 저지르곤 했다.
-남의집에 불 지르고...
-자기집 쌀을 퍼다가 저수지에 뿌리고..
-거뜻하면 누나를 폭행하고...
그걸 바라보는 누나의 심정.
그 울고 싶은 심정을 어떻게 표현하랴..,
그 아픈 역사를 어떻게 애기하랴...
매형없는 가정에 5 남매를 반듯하게 길렀다.
큰 딸만 중학교 보냈지 나머진 고등학교까지 보냈으니..
그 시절론 대단히 어려운 일였다.
다행일까, 딸 넷은 곱게 자라서 다들 결혼도 잘 했다.
누나의 미모를 닮아서 다들 외모가 출중한 탓인지 몰라도 결혼은 그런데로 잘 한것.
자신의 엄마의 삶의 질곡을 옆에서 봤으니까 효도는 기본이고 엄마말은 대꾸조차 못한 딸들.
모든 어려움을 딛고 자식들을 팽개치지 않고 굳굳하게 살아온 엄마
장하지 않을손가?
헌데,
그 잘난 아들 <두형>이.
고교졸업하곤 미술에 소질이 있어 <홍대미대>에 가겠단다.
-니가 기둥이야.
어려운데 어디든 취직하곤 대학은 나중에 차차 생각해 본게 좋을거 같은데....
그렇게 타일렀던 나.
그리고 가출.
-내가 성공해서 엄마 모실께요.
가출하곤 고향은 발을 끊은 녀석.
수소문 한 끝에 인천의 어느곳에 살고 있었단다.
성공은 고사하고 별볼일 없는 위치로......
누나의 칠순잔치.
다들 모였었다.
딸넷에 사위 넷과 손주들
그리고 형님과 나, 여동생둘.
그 너른 횟집에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았었다.
허나,
끝내 그 놈은 나타나질 않았었다.
-누나, 그 놈은 잊어버려요, 대신 이렇게 잘 하는 딸들이 있으니 다행이지 뭐야.
-그렇게 생각한다.
잊었다만, 이런날 오면 얼마나 좋겠냐?
-놈은 자식이 아니죠.
가난한 가정에서 자기의 어머니가 그렇게 고생을 한것을 알텐데...
아직도 나타나지 않은 불효 막심한 놈.
어머니의 삶을 안다면 ........
그럴순 없을 텐데.......
-그래도 누나는 노년을 호강함서 지내고 있다.
너무도 장한 누나의 삶이 빛나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