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0 일째

배신이 가르쳐 준것

설렘과 희망을 갖고 시작한 첫 공직생활.

순천교도소 교도관으로 출발했었다.

-어떤 업무인지도, 어떻게 하루일과가 전개된단 사실도 모른채....

응시했었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탈출구였다.

 

정보부재로 온건 나 뿐이 아니었다.

함께 들어온 동기들왈,

-여긴 우리가 머물곳이 못된거 같아.

이 생활이 감옥이지 뭐야, 매일 매일...

나 다른데 시험봐서 나갈꺼야 이게 우리가 꿈꾼거 아니잖아?

오자 마자 이직을 꿈꾸던 동기들.

 

-틀에 박힌 동일한 근무.

-군대식의 엄한 규율과 딱딱한 생활.

-매일 매일 사회의 이단아들과 함께해야 한단 사실.

미래가 어둬 보였다.

 

부산 동아대(본인의 말)출신이란 김해가 고향인 <규>

배테랑 사깃군인 그 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

참으로 바보였다.

-준수한 얼굴, 유창한 언변,대학물 먹는 지식인, 김해의 부잣집 아들.

부러울거 없는 그가 왜 날 그렇게 했을까?

순진하고 세상을 모르는 사회초년생을 그는 교묘하게 이용했다.

 

순수해 보였고, 선해보인 인상탓였을까?

그의 말을 믿고 도와 줬다.

-책을 사다 넣어줬고...

-약품을 넣어줬고...

-영치금도 넣어줬고...

 

-아니,

김 교도, 그 <규>와 어떤 사인데 그렇게 돌봐줘요?

그자 내가 보기엔 지능범인거 같은데 조심해요.

여기 나쁜놈들 득시글 거려요.

-아닙니다, 군대 동기를 여기서 만났어요 친한 사이여서 모른채 할수없고요.

영치금 담당이 물었을때 그렇게 거짓말을 했다.

 

-내 아들 <규>를 그렇게 보살펴 줘 감사해요, 한번 집에 놀러오세요.

그의 부친의 편지가 왔다.

그리고 재소자 집 방문.

상당한 금전적인 도움을 줬지만 그의 부친왈,

-계실때 잘 돌봐 주세요 그 은헤 잊지않고 갚을께요. 내 아들이라서 아니지만

애가 친구들 잘못 사귀어 그렇게 되었어요.

내 공장이 사정이 좀 어려워 오늘은 못 갚겟지만 꼭 갚을께요.

-네.걱정마세요

 

이듬해 8.15 특사로 가석방.

물론,

그 가석방도 개인적으로 돈으로 해결했다.

가석방에  공짜란 없었으니까.....

 

-제가 가면 1주일후에  꼭 찾아올께요 그때 와서 모든것 해결할께요 고마웠어요.

-그래요, 기다릴께요.

그 간의 그에게 쓴 돈의 내역서를 보여줬다.

상당한 금액였다. 매달 봉급에서 꼬박 꼬박 그의 몫으로 줬으니....

지금의 돈으로 1000-2000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가석방으로 귀가하곤 끝,

소식도, 왕래도 없었다.

화장실 갈때와 올때가 다르는것.

그가 그런 심정였을까?

단지 절박할때 이용한것 뿐.....

 

그가 간지 3달정도 후에 그의 부친의 편지.

-<규>가 돈을 갖고서 가출했는데 혹시오면 보내달라.

기가 막혔다.

내가 배푼것은 일언반구도 없이 자기 아들이 돈을  갖고 튀었으니 오면 보내라?

그 돈이 중요했다

난 안중에도 없었다.

이런 배은망덕이 어디 있는가?

그가 왜 오겠는가?

돈을 갖고 튄 그가 내게 왜 오겠는가...

 

다시금 내 안목을 한탄했고, 인간의 존재를 다시금 생각했다.

-내가 바보지.

냉정한 이성으로 왜 세상을 보지 못한건가.

왜 그 영치금 담당의 말을 새기지 못했을까.

 

순진하게 속은 나도 바보지만, 상대의 그런 순진을 이용하여 망나니 짓을 한 <규>

비열하고 추하고 배은망덕이다.

자신을 어떻게 가볍게 망각하겠는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에 대한 용서가 안되는데.....

 

한 인간을 믿어서 얻은 결론,

-어떠한 사람의 말도 어떤 감언이설도 일단은 의심하자.

믿을건 나 혼자 일뿐......

세상을 살면서 불신의 늪이 깊어진건 그가 보여준 행동때문.

초창기에 당해서 보다 성숙하게 살수 있었는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규>를 마주친다면 뭐라고 할수 있을까?

따스한 가슴으로 안아줄수 있을까?

그가 사죄한다면..........

글쎄, 쉽게 용서할수 있을까?

 

 

 

 

 

 

 

 

 

 

 

 

 

댓글 작성

일기장 리스트

12 1991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82 독백 98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