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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3 일째

아픔없이 살았으면.........

8시경에 집을 나섰다.

러시아워 때라 차가 밀린다.

집에서 있으란 말도 듣지않고 따라나선 영란.

-나도 가서 봐야지,어떻게 집에 있어?

-그럼 그렇게 하려무나.

 

거리상으론 가까운 구로병원.

붐비는 구로동 쪽이라 차가 더 밀린다.

5분정도 늦게 도착.

오자 마자 입원수속하고 올라갔더니 이미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눠 있는 와이프.

영락없는 환자다.

친절한 간호사가 어제 들은 말을 반복해서 해 준다.

-수술은 10반경에 할거고 약 40분 정도가 소요될거 같으니까 11 시 반이면 끝이고

수술후엔 안정을 취하려면 두 시간정도는 눠 있어야 하니까...

2시 이후에 퇴원이 가능하다는 것.

수술끝나고 전화하겠단다.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 영란이와 <애경 백화점>엘 갔다.

아이쇼핑을 하던가...

c.g.v에서 영화한편 보던가.....

서점에 들려 책이라도 한권 사던가....

 

그 시간대엔,

c.g.v만이 오픈했고 다른 곳은 굳게 문을 잠겼다.

10시 반이어야 오픈한단다.

 

<그림자 살인>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대가 맞질 않는다.

중간에서 보던가 ,아님 더 기다려야 했다.

어중간해서 어쩔수 없었다.

몇몇 영화도 있었지만 영란인 그런 영화는 싫단다.

보지도 못하고 나올수 밖에...

모처럼 <삼성 카드>로 할인받아 볼려고 했는데 무산됐다.

삼성카드를 해지하려다가 회비도 낸 마당에 해지하기가 아까워

한번 써 보기로 했다.

해지야 언제든 가능한거 아닌가.

<이마트>를 자주 이용하다보니 삼성카드가 필요한건 사실.

마일리지가 0.6%라고 하니 미미한건 사실이지만 것도 모으면 큰것.

여태껏 하나의 마일리지도 적립되지  않은 카드로 사용했었는데 뭐.....

-카드든 단 한장이면 족하다

그랬었는데 아니다.

신용카드와 주유카드, 교통카드 등등 몇개나 된다.

사용하지도 않은 신한카드는 해지해야 겠다.

 

바삐 오는 바람에 아침도 굶어 배가 고파 해장국 한그릇씩했다.

아침겸 점심겸........

영란인 감자탕이든 해장국이든 이런걸 좋아한편.

내가 싫어하는 분식도 무척 좋아한다.

<목동 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목동까지 찾아왔던 애가 아니던가?

 

비가 제법 내린다.

요즘 산불이 너무 자주 발생하니 이번 비가 산을  촉촉하게 젖어놨음 좋겠다.

아무리 건조해도 개개인이 자기의 재산이라 생각하고 주의하면 좋은데......

매일 수십건씩 발생한 산불.

울창한 숲이 화마로 사라진걸 보면 너무도 안타깝다.

수십년을 길러야 그런 숲을 얻을수 있는데...........

<산>에 가보면 나무가 얼마나 소중한걸 느낀다.

왜 그렇게도 주의들을 하지 않은지........

 

-오셔서 퇴원수속하시고 의사선생님 의견도 듣고 가세요.

간호사의 전화.

퇴원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금방였다.

돈받는건 귀신들이 아닌가?

 

보호자 대기실엔,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화면으로 알려준다.

-수술중,안정중.등등...

수술실앞에서 일단의 가족으로 보이는 몇사람이 철퍼덕 주저앉아 기도하고 있다.

그 환자의 수술이 예사 수술이 아닌거 같다.

위험하거나 성공율이 낮거나 힘든건 사실인거 같다

기도하는 모습들이 너무도 진지하고 비장한거 같다.

생과 사의 갈림길이 될지도 모르는 길.

그 불안감을 어떻게 표현할건가.

그렇게 신에게라도 기도라도 해야 하나 보다.

지프라기 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지.

수술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림서 티비를 보는 사람들

한결같이 어둡고 불안스런 모습들

하긴 병원에서 밝은 표정을 짓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떤 부위든 정상이 아니어서 온 사람들이거나 가족들인데......

 

와이프의 오른쪽엔 커다란 안대를 썼다.

눈을 보호하려는 것이겠지만 너무나 커 우수꽝 스럽게 보인다.

-내일 저걸 뗄거고 주의 사항도 알려줄겁니다.

오늘은 절대로 세수도 하지 말고 안정을 취해 주세요.

 

담당수술의사는 보지도 못했다.

수술을 햇으면 그 수술경과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어야 당연한데..

볼수가 없다.

 

-아니,

환자나 가족에게 수술에 대한 것을 알려주고 설명해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글고 우린 그걸 들어야 하는 권리도 있고요.

헌데ㅡ 어제도 그 의사분 못 뵈엇고 오늘도 볼수가없네요.

이게 정상인가요?

-워낙 바빠서요.

-바빠도 그렇지.

몇마디 애기도 못해줄 정도로 바빠요?

그럼 내일도 볼수 없겠네요?

-다른 분이 설명을 해 줄겁니다.

-참 이해가 안되네.

수술 담당 의사가 애길 애 줘야지,

그게 가장 정확한 거 아닌가요.

나 이런 경우는 첨 보네 세상에나.......

-네 그건........

젊은 의사가 너무도 당연한 말이란듯 머리만 긁적거린다.

 

참으로 웃기는 족속들.

어제도, 오늘도 담당의사는 콧배기도 못봤다.

오늘은, 적어도 수술후에 설명을 해 줄걸로 알았는데.........

왜 환자의 가족들의 심정은 그렇게도 몰라준단 말인지..

<명의>들은 하나 하나 설명을 해주고 하던데.........??

귀신이 와서 수술을 해 준건가...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네요.

옆에서 간호사 왈.

그냥 미안해서 해 본 소리겠지.

 

어떻든 아프지 말아야 한다

아프면 이렇게 서럽다.

인간아닌 하나의 짐짝 같은 취급을 당하는 그런 신세.

말로만 친절하면 뭐하나..

정작 환자나 가족에게 편하게 다가서지 못하는걸.......

 

-건강해야 해.

그래야 당당하게 사는거야.

어떤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않고.........

오는길에 차 안에서 자조석인 독백을 했지만 영 기분은 개운치 않다

-이건 서비스정신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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