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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엔,
여름이면 땔감을 해야 했다.
바로 뒤가 산이긴 하지만 너도 나도 땔감을 구해야 했기에
녹음이 짙어지기도 전에 푸른잎들은 모두 땔감으로 베어갔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여름에 나무를 해서 말려 겨울용으로 비축도 했었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동네 뒤에 있는 생솔가지를 베어다 때곤했지.
늘 우리집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형.
건강하지 못한 아버진 가벼운것은 질수 있어도 무거운 것은 질수 없어
늘 형이 대신했다.
<가난이 죄라서....>
학교조차도 진학하지 못한 형은 집안의 기둥같은 존재
힘든 일은 도맡아 하곤했지.
동네 힘센 어른들은 여름엔 거의 4km정도나 떨어진 먼 산으로 초 나무를
하러다녔던터에 형도 함께 동행하곤 했지.
그때 형은 한참 성장기라서 힘이 장사인 어른들관 비교가 되질 않았지만
그래도 늘 어깨를 함께 하곤 다녔었다.
덥기전에 나무를 하러 일찍 새벽밥 먹고 산에 올랐던 형.
어둑한 새벽에 보리밥에 한술뜨고 형은 산에 올라야했다.
바쁜 시간에 빨리 먹기위해 설익은 보리밥을 호호 불며 밥을 먹던 형
그옆에서 천천히 먹으라면서 바라보시던 어머니.
마땅한 반찬이 없던 시절이라 유독 들깻잎냄새가 진동했다
깬잎은 쩌서 간장에 담갔다가 밥을 싸먹던 들깻잎
그때 하두 먹어서 형은 나중엔 들깬잎조차도 먹지 않았단다.
아침에 일찍 나무하러 산에 간 사람들을 마중나갔었다.
이슬채 베어온 초 나무가 무겁기 때문에 마중나가 조금이나마 덜어서
지고오는게 임무.
바로 산 아래 마을인 넢더리동네까지 마중가곤했었다.
저 멀리 산밑에 일단의 나무꾼들의 행렬이 보이고..
갓 베어낸 초 나무의 싱그런 향기가 진동하면서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면
마중나온 사람들은 짐을 덜어 이고 지고오곤했지.
늘 앞에서 많은 나무를 지고 내려온건 영풍양반이나 육완,
그리고 창현아버지와 옆집 이모부.
형은 늘 뒤편에서 조금 지고왔었지.
<기왕 간 김에 좀더 많이 해 오지, 왜 저정도 밖에 못했을까?>
형은 죽자사자 해 오는데 이런 어쩌구니 상상이나 하고 있었으니....
먼저 온 사람들은 동네 너른 공터에 초나무를 널고 초나무 사이에 숨겨진 <정금>열매
를 주어 먹었지.
달콤한 정금 열매.
어린 애들은, 그렇게 널려진 나무사이로 헤치면서 <정금>열매를 찾기에 즐거움을
느꼈었지
먹을만한게 뭐가 있어야 말이지.
그렇게 억척스럽게도 힘이 좋아 허리가 부러져라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였던
그 사람들.
이모부님도, 영래형님도, 영풍 양반도 다들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가셨다
육체적으로 힘이 세다고 장수한건 아닌가 보다.
하긴 그 분들은 힘이 장사여서 한창 힘을 쓸 연령댄가 보다.
그 많은 초나무를 해서 겨울철 땔감으로 비축함서 살았던 사람들이 부러워
보였던 어린 시절.
별것이 다 부러워 보였었나 보다.
막 베어낸 초 나무들
채 이슬도 지지 않은 풀에서 나는 그 싱그런 향기.
너무도 좋았다.
틈틈히 농삿일도 하면서 그리고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던 시골 어른들
그렇게 힘든 육체노동으로 한평생을 사셨으니 어떻게 건강한 몸을 지탱할수
있었으랴...
육체노동은 지나치면 그게 병이 되는 걸..
형에 비하면 난 행복하게 살았던거 같다
형이 다니지 못한 학교도 다녔었고 공부한답시고 집안일도 제외시켜주곤
하셨던 부모님.
만일에 내가 장남으로 태어났다면 형과 같은 전철을 밟았겠지
장남이란 이유로......
형과는 겨우 3살 터울이지만 형은 너무 어른 스러워 감히 대꾸할 엄두도 못내곤
했지.
부리 부리한 눈으로 한번 흘기면 난 뱀앞에 개구리 마냥 숨을 죽여야 했다.
그렇게 살아온 이력때문인지 지금도 형의 위치가 그렇게 어렵고 가까히
다가서질 않는다.
툭 터놓고 대화했던 사이가 아니었지.
형은 늘 어렵고 힘든 일을 독차지 했었고 집안일을 이끌고 가야 했기에
나약한 나 보담 강했었던 같다.
산에서 해온 초나무를 널고서 배잠방이 하나 걸치고 등목을 하고 나선
풋고추에 보리밥을 말아 먹어도 꿀맛 같았던 그 시절.
구수한 생된장에 풋고추의 절묘한 맛.
그 꿀맛 같았던 입맛은 어디서 찾을수 있을까....
다시 한번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