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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산다는 것은

-저 여기 서울대학 병원에 있어요 한번 오세요.

-거긴 왜요?

무슨 일이 있는거요?

-아빠가 건강이 안좋아 입원중이거든요.

-그래??

낼 갈께요.

어제 갑자기 <수종>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건강이 안좋아 안동에서 요양하겠단 전화를 받은게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첨엔 놀랬었다.

 

될수 있으면 가고 싶지도 않고 쳐다보고 싶지 않은 병원이

<서울대학 병원>이다.

1991년 6월,

동생이 41세를 일기로 한많은 생을 마감한 곳이 바로 그 병원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한창나이고, 해서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

하는 맘으로 호전될수 있을거란 기대를 갖고있었건만.....

그리고,

그 긴 날들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동생곁에서 지켜주셨던 어머님.

언제 가도 녀석의 침대곁에서 근심어린 표정으로 지켜주셨던 어머님.

-자식이 그렇게도 소중한가?

-엄니, 오늘은 잠간 집에 들어가셨다가 낼 나오세요, 네?

내가 잘 지키고 있을테니 걱정하시지 말고....

-걱정마라,

여기가 난 더 편하다.

그랬던 어머니...

그렇게 어머님의 바램도 무위로 끝나고 녀석은 결국 소생하지 못하고 어머니

가슴에 커다란 못을 박고서 홀연히 떠났었지

그 무심한 녀석...

지금도 생생하다.

동생이 생을 마감하기 얼마전에 어머니의 불길한 꿈.

-내가 낮인데 잠간 잠이 들었던가 보더라

왠 시커먼 옷을 입은 놈들이 몇놈이 자꾸 네 동생 침대로 올라오는거야

그래서 내가 버럭 소리질렀었다.

-이 죽일놈들, 여기 오기만 해 봐라

내가 칼로 다 죽여버릴테니, 알았냐?

그렇게 버럭소릴 지른통에 꿈을 깼단 애길 하셨었다

왜 그렇게 그 꿈 애기가 불길하게 들렸던지..?

그리고 겨우 며칠후에 녀석은 그렇게 떠났었지.

 

공직에 매인 몸이라 토요일이거나, 일요일은 별실에 찾아갔었지

그때마다 늘 후문을 이용했다

그 후문곁에 있는 장례식장,

그리고 들리던 유족의 호곡.

그런 슬픈 울음소리가 나완 전혀 상관없을 것으로 기댈했었는데..

결국은 거기서 장례를 치를 줄이야...

불과 몇 시간전까지도 멀쩡한 정신으로 집엘 가야 한다느니

바둑을 함께 둬야 한다느니 그런 녀석이 가고 말았었다.

그건 마지막 가족과의 정을 떼려는 그런 것이라고 한다던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하고 하얀 천으로 쳐져 영안실로 실려가는것을

바라볼수 밖에 없었던 그런 처참한 심정.

그렇게 생과 사의 간극은 순간이고 바로 이웃이란걸.............

쳐다보고 싶지 않은 서울대학 병원

오늘 거길 갈줄이야...

점심때 만났었다

<일기나라>에서 안 인연으로 터 놓고 대화했던 우리들 사이.

수종이도 나도 조금은 거침없이 나누는 대화가 그렇게 가까운 위치로

변한건지 모른다.

2001년에 일기로써만 나눈 대화가 이렇게 대면한건 7년만인가?

<수종>이도 감회가 깊은가 보다

허나,

이런 자리가 아니고 조금은 즐거운 자리여야 하는데 안타깝다.

 

큰 키에 상상했던 것 보다 더 미인형의 <수종>

얼굴이 부숭부숭한게 조금 달라진 것

이미 수년전에 사진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라 상상은 하였지.

대학로 주변으로 옮겨 점심을 함께 했다

병 때문에 술도 한잔 못하는 위치라 점심만 먹었다.

아버진 페와 신장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단다.

길어야 6 개월이라니.........

딱 71세라니 요즘 연세로 그건 나이도 아니지.

아버지가 꼭 71세에 돌아가셨지.

머리가 빠져 수건으로 머릴 동여매고 나타난 그녀.

새 하얀 피부가 더 창백해 보인다.

본인의 건강도 문제인데 아버지의 병이 사망선고까지 받았다니

얼마나 마음은 아플까?

 

-내가 병실에 들려 한번 뵙고 가야지?

-그럴 필요없어요

어차피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뭐....

-그래도....

-담에 또 오시면 되죠.

그렇게 눠있는 부친의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은가 보다.

그래도 억지로 가면 될테지만 그만 뒀다.

<수혈증서>있음 갖다 달란다.

찾아보면 몇장은 있을텐데..................

 

<일기나라>에서 안 인연이긴 하지만 상당히 깊은 대화를 나눴고 긴 시일을

그렇게 친구처럼 지내곤 했었는데.......

이렇게 아픈 자리가 아니고 좀 편하고 행복한 자리여야 하는데 맘이 아프다.

-나 이렇게 오랫만에 만나니 어때?

상상하곤 다르지?

-다르긴 뭐가요?

내 상상하고 같은데 뭐..

퍽 고지식할것으로 상상했었는데 그렇지 않는데요 뭐..

-아냐.나 고지식해 엄청.........

-아닌거 같은데.........

 

자신의 건강도 나빠 머리가 빠지는 그런 증세인데 아버지 까지 저렇게 쓰러져

여생이 얼마남지 않은 모습을 바라보는건 얼마나 아플까?

남편의 바람끼로 이혼 운운하더니만 살아야 겠단다

-내 모양이 이런데 어떻게 이혼해요?

인제 내가 해주지 않을거야.

-그래 그래..

이번 기회에 살아버려

남자가 바람좀 피웠다고 왜 이혼을 해?

몸도 성치 않은데 혼자산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기막히겠어.

-그러게요.

 

글도 잘 쓰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피아노니 팝이니 두루 아는것이 많은 수종

허나,

건강만은 맘대로 할수 없는일.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것이 진정한 행복인가?

모든것들이 갗춰져야 하지만 뭐니해도 건강은 기본적으로 유지되어야 행복은

논할수 있을거다

건강없는 행복은 있을수 없으니까...

 

-나 건강 좋아지면 호젓하게 술 한잔해요

그렇게 될수 있을거에요

-그럼 그럼..

금방 그렇게 될수 있을거야..

가서 또 간호하여 드려야 하는 몸이라 긴 시간을 함께 할수

없었다.

이 화창한 봄날에 병실에 갖혀있는 수종이가 안되어 보인다

봄의 햇살이 얼마나 찬란한가....

다음 날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고마워요, 와 주셔서.....

-그런 말하지 말고 건강이나 챙겨,

그리고 담엔 더 건강한 모습도 보여주고...

30대 중년의 황금기에 머리가 빠지는 그런 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의 아픔이 어떠하리란 건 상상이 어렵지 않다.

나 자신이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고 돌아왔단것이 답답하다.

좋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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