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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옥씨, 오늘 특별히 할일없음 등산가요.
-그러지 말고 여기로 와요
여기 호수 공원이 얼마나 좋은데요
전 여기를 가끔 걷고 있어요 이것도 얼마나 좋은운동인데요.
-그건 그거고.등산은 등산아니요?
그러지 말고 둘이서 등산이나 하자구요.
갑자기 연락을 했더니 당황했던 모양.
일산에 살고 있는 승옥씨.
몇번인가 놀러오란 것도 못가고 다짜고짜 등산가자고 했으니....
11 시에 관악산 입구서 만나기로 했지만 졸고오는 중에 미쳐 내리지못하고
통과해 버린통에 30 분이 늦었었지.
-이젠 치매가 오는가봐.ㅋㅋㅋ
왜 서울대 입구서 내리지 않고 사당까지 왔는지 몰라.
-그러기에 말이예요,
혹시 치매시초가 아닌가요?ㅎㅎㅎ..
-아냐, 그런게 아니라 차 안이 너무시끄러워 안내 방송 못들은거야.
<이 승옥>씨는 20여년전에 등촌동에 왔을때 함께 근무한 여 직원.
어찌나 깍쟁이 같이 꼬장 꼬장한지 밥맛였다.
마른 체격에 걸맞게 까다롭고 이유가 많은 여자라 영좋은 인상이 아니었는데
대화 나누고 보니 너무도 원칙론자면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줌마.
늘 한결같은 그런 성격이좋아 동료로써 신뢰가 가는 뱃장이 맞는 직원였다.
서대문구로 또 다시 강남구로 또 동작구로 전전하다가 딱 20 년 넘어 미련없이
사표를 제출한 자기의 주관이 뚜렷한 여자다.
맺고 끊음이 너무도 분명한 성격이 때론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변함없는 성격이
좋아 지끔껏 좋은 유대를 맺고 있었다.
건강관리를 잘 하는건지 여전히 균형잡힌 몸매에 그대로 모습이다.
흔히 그 나이에 보이는 뱃살은 젼혀 없는 전형적인 건강체다.
허나,
나이는 어쩔수 없는건가?
산에 오르는건 나 보담 못하고 허우적댄다.
자주 산에 오르지 않으면 누구나 그렇긴 하지만...
-아니 산에 오면 펄펄 날줄 알았는데...??
-난 산책은 좋아해도 산엔 자주 오질 않아서 못 타겠어요.
-그러니 자주 자주 산에 와요.
그 나이에 등산처럼 좋은 운동은 없는거 같애.
-그렇긴 한데...
너무 게을러서..
-게으른게 아니라 여러가지 배울려고 그런거지.
그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천 천히 오르고 간간히 쉬어서 갔지.
준비해온 커피와 귤 몇개.
그걸 먹으면서 쉬면서 봄의 정취를 맘껏 느꼈다
일요일인데도 너무 늦은 시간에 만나서 그런지 그렇게 좁은 길이 빽빽히 차진
않았다.
아주 오래전에 남편과 이혼후에,
혼자서 딸을 시집 보내고 혼자서 연금으로 넉넉하게 살고 있는 승옥씨.
동사무소의 취미교실과 강좌란 강좌는 다 들으면서 견문을 넓히는 그녀.
4년간의 각고끝에 방통대를 작년에 졸업한 열성파.
<공인중개사> 이미 합격해 놓고 장농으로 썩히고 있다.
-난,
이 나이에도 무언가 배운단 것이 즐거워요.
그래서 그런지 퇴직후에도 참 바빳어요.
-그 바쁘단것이 비 생산적인것에 너무 매달리고 있었던거 아닌가요?
유원지 입구의 < 정읍 보리밥>
둘이서 꿀맛같은 점심을 먹었지.
것도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후에...
-우리 동동주 한잔씩 해요.
-전 술 마실줄 몰라요 혼자 하세요.
-됐어요, 혼자 무슨 술을............
머언산에 약간의 뿌연황사가 끼었지만 그래도 산에 오니 맘은 홀가분하다
그 찌뿌둥한 그런 것도 사라진거 같고......
지금은 새로운 순이 나올려는 기미도 보이지 않지만 봄비가 한번 내리면
몰라보게 생명의 환희를 느낄수 있는곳이 산이다.
등산로가 벚꽃의 향연으로 펼쳐질날도 머잖았고 연분홍 진달래가 곳곳에 피어
상춘객의 맘을 훈훈하게 해 줄날도 멀지 않았다.
<삼막사> 앞에는 오늘도 여전히 국수 한그릇 먹으려는 등산객의 줄이 퍽 길다.
하긴,
그곳에서 먹는 국수맛은 또 다른 별미겠지만 줄을 선다는게 지겨워서 못한다.
-점심값은 내가 낼께요 담엔 북한산에 와서 내세요
-그럼 또 그곳으로 오란 애기군,그러지 뭐...
나를 오게 하는 것도 여러가지군.
그렇게 하면 내가 꼼짝없이 가야겠군.
-그럼 와야지,
내가 90분을 걸려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요,
담주엔 한번 그곳에서 등산합시다.
오늘은 ,
생각치도 않던 이 승옥씨와 관악산 등산을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그 간의 밀린 대화도 하고 만나고 싶었는데 이런 좋은날 만났으니.......
산은,
늘 이렇게 인간의 맘을 넓은 가슴으로 안아줘 한없는 자애를 느끼곤 한다.
그래서 가는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