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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7 日目

위문

지난 년말에 아들과 손주를 졸지에 잃어버린 사촌형님.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데 어떻게 잊어지겠는가?

어제,

분당에 사시는 정금누나의 전화.

-낼이 오빠 생신인데 그냥 전화하지 말고 갔다오는게 어때?

-그럴까요, 그럼 어디서 만나요?

-서울역 시계탑 앞.

-아니, 지금도 시계탑이 있어요?

-그럼 있지,11시에 만나지..

 

분당에서 오시는 누나는 서울에서 반평생을 보냈지만 지리에 어둡다.

꼭 서울역만을 고집한다

당신이 거기까지 오는건 알지만 지하철은 이용을 하질 않는단다

헷갈려서 그런다나..

얼마나 편리한 교통수단인데...

 

<서울역 시계탑>

시골에 사는사람들이 상경해서 만나는 장소.

거기가 늘 만남의 장소가 되어버렸던 서울역 시계탑.

여전히 그 둥근 시계는 내일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무심하게......

몇 십년째 그 자리에 걸려있는 그 시계.

서울에 살면서도 서대문에 살땐 늘 그 곳이 만남의 장소였지.

-지금도 그 시절의 그 시계일까?

 

총신대앞서 내려 구 89번종점방향으로 가자고 했다.

-구 89 번 종점이 어딘지 잘 모르는데요?

-아니 택시운전수가 그걸 모르면 어떻게 운전해요?

-제가 운전한지 얼마 되질 않았거든요.

-그럼 남성역을 알아요?

-네네..

 

사당동 은행골.

여전히 그 오래된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듯

그대로 서 있다

얼마나 많은 세월속에서 사람들의 발자취를 지켜보았을까?

그 동안의 세월속에서 전쟁의 참화속에서도 그대로 생명을 유지

할수 있었을까...

 

<연립 지하 방>

24 평형이라고 하는데 그 보다 좁아 보였다.

-아니, 여긴 재 건축하질 않나요?

-어려운 사람들이라 누가 선뜻 나서질 못하고있어.

재건축하려면 자기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어려운 사람들이 부담할

능력이 있어야지...

동자동 판자집에 살다가 성남쪽으로 쫒겨난 철거이주민들

개발 바람타고 땅값이 오른탓에 그걸 팔아 이 반지하 연립을 산것.

평생을 그럴듯한 집 한칸 구하지 못하고 이런 허름한 반 지하에서

살고 있는 형님.

그래도 세든집이 아니라 맘은 편하단다.

 

-우리 선물을 사갖고 갈게 아니라 봉투하나씩 준비하고 가세.

그게 되려 더 나을 거야.

-낼이 생일인데 그래도 좀 그렇네요?

빈손으로 간다는게......

-아냐, 작은 성의지만 현금으로 주는게 젤로 좋아.

용돈으로 쓰라고 하는게 좋지 뭐..

그렇게 셋이서 합의하여 봉투하나씩 준비하고 갔었다.

 

의외로 형님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가슴속의 깊은 슬픔은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건가.

-나, 집에 안있어.

집에 있어봐야 엉뚱한 생각나고 특히 밤에 잘땐 그 놈생각때문에 괴롭네.

-다 잊어 버려요

그게 다 자식과의 인연이 다 되어 그런거니까.

그런 사고가 어디 운명이 아니면 이뤄지겠어요?

운명이예요 운명..

 

40대 중반의 생떼같은 자식을 졸지에 잃어버리고 한줌의 재가 되어

낯선 산사에 있다니 그 기막힘을 어떻게 쉽게 잊어버리겠는가..

그리고 11 살먹은 피지도 못한 손주조차도...

<망각>하기 위해서 직장을 나가고 쉬는 날은 누구와도 어울림서 사는 형님.

그런 삶이 현명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잊어버려야 할 악몽같은 기억들.

부자간의 인연조차도 한때의 꿈으로 돌려야 하는 현실.

잠시 스쳐지나간 인연이 아니던가.

하긴,

인생의 삶의 모든것이 그러려니....

 

분당에 사시는 누나와,

삼선동에 사시는 누나.

두 분을 택시에 태워 보내드리고 돌아왔다.

그렇게 하질 않으면 어떻게 귀가하겠는가?

서울에 살고 있음서도 시골노인과 다름없는 두 분의 누님.

그렇기 때문에 나와 동행하려는 것이었을텐데...

-오늘 자네 때문에 편히 갔다왔네.

괜히 페만 끼친거 같아 미안하고..

-어디 남인가요?

그렇게 말씀하심 제가외려 편치 않아요.

위문차 찾아간 형님댁.

그래도 뵙고 보니 맘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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