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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6 일째

아버지의 초상

아버지 가신지 꼭 만 22 년.

엊그제 같기만 하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닌데....

아직도 눈앞에 너무도 생생하니 보이니...

근엄하기로 소문날 정도로 아버진 늘 그렇게

말씀이 없으시고 근엄했다.

근엄해야만 어른 대접을 받은것으로 보신건지..

그런탓에 아버진,

늘 멀리 존재하는 타인으로 느껴졌다.

부자유친해야 한다는데...

그런 친근감을 가질수 없었다.

아버지와의 친근한 대화란 상상할수 없었으니..

아버지의 명령.

그건 어떻게 하든 들어야 했다.

반항이나 묵살은 상상할수없었다.

물론 ,그런 엄명을 함부로 내리진

않으셨지만...

심부름 시키면 무서워도 갔다와야 한다.

 

-아버지의 근엄과 체면.

 목숨보다,

중하게 생각하신건 우연한건 아니다.

왜 그렇게도 체면과 자존심을 그렇게

중히 생각하셨을까?

그건 조부님의 생활과도 무관하지 않은거

같다.

한학을 깊이 공부하신 조부님은,

오랫동안 훈장으로 한문을 가르치셨다.

많은 수강생들의 글읽는 소리가 낭낭하게

들리곤 했으니까...

한 겨울에 가르치고 번 수입은 짭짤했단다.

-긴 담뱃대와  선비들쓰던 망건.

그리고 긴 수염.

형도 몇번인가 할아버지에게 한문공부

하러 다님서 담뱃대로 맞았단다.

 

근엄한 유교가문에서 성장한 아버진 지라

그런 가풍이 어디 갈가..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주셨으니...

비록,

농촌에서 일을 하고 계셨지만 선비기질을

그대로 타고 난지라 늘 깔끔하고 외출이라도

가실양이면 어찌나 멋을 내신지...

훌쩍 큰 키에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렸다.

섬섬옥수로 정성껏 지으신 어머님의 한복

솜씨.

깔끔하게 다려입으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노라면 참 멋있으시다

탄성이 절로 나왔었다.

-약간의 반 곱술머리에 웨이브진

멋드러진 헤어스타일.

갸름한 형의 얼굴.

미남형의 아버지였다.

그 멋진 큰 키는 왜 닮지 않은건지??

 

절대로 자식들앞에선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한번의 실수도 보이지 않으셨던

당신.

딱 한번 실수를 우린 목격했다

이것도 실수라고 할수 있으려나..

나주시장에 갔다오시다가 주막에서

술 한잔 하신게 너무 과하신모양.

그대로 쓰러져 형과 내가 리어카 몰고

모셔온 기억이 있었다.

아마도 건강이 따라주지 않은 분이 그땐

어떤 이윤지 그렇게 과음을 하신 모양.

-아니 모르겟더라

한번도 그런 일이 없던 양반이...

하시던 어머니.

물론 그 후엔 그런 실수는 다신없으셨지.

 

아버지를 존경하는건.

어디를 가도 어느곳을 가도 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아버진 발이

넓으셨다.

그리고 다들 좋은 평을 하셨었다.

그런 소릴 들으면 기분이 좋곤했지.

그 시절의 아버지의 상,

그건 내가 본 받아야 할 이상형의 아버지 상.

남들에겐 유하시고 자식들에겐 너무 엄격하신

것이 좀은 불만였다.

-너희 아부진 너무 찬 사람이야

너무 매정해.

하시던 어머니.

자식은 엄격하고 냉정하게 길러야 한단

것을 느끼신 것인가..

 

아버지와 어머님의 돈독한 사랑.

부부간에 평생을 단 한차레도 큰 싸움을 본적이

없는 우리들.

6남매를 길르셨어도 언제 한번

자식들이 궁색하게 느낀다거나

밥을 굶어본적이 없었다

그 만큼 아버진 가장으로써 책임감을

느끼고 자식들을 배 고프지 않게 길러야

한단것은 본분으로 아셨나 보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배 고픈 시절에

배를 철철 굶으면서 견딘 기억은 없다.

그래서 주위에서 배가 고파 울었단 애긴 실감

있게 들리지 않았다.

보리고개 시절에도....

 

요즘같은 겨울 밤.

한 방에서 온 식구가 한개의 이불을 덮고

자다보면 새벽에 두 분의 도란거리는 애기.

그건 당신들이 살았던 오사카의 7년생활.

그 추억을 애기했었다.

-일본사람들은,

절대로 남의 것을 탐내거나 원칙에 어긋난

것은 하지 않는다.

한국의 비 양심적인 사람들과 달라..

개인들로 보면 그렇단다.

성품들이 올바르단다.

조선을 36 년간이나 식민지배한 그들이지만

개인들로 보면 좋은 사람들이란 애기.

 

-이 놈의 기침때문에 어디 놀러도 못간다

하시던 아버지의 기관지 천식.

그 천식이란 것이 일본에서 생활하실때

매리야스 공장에서 걸린 병였다.

어머님의 온갖 정성에도 결국 완치하지 못하

시고 가셨었다.

그걸 목도하면서도 어떤 힘도 되어주지 못한

자신이 왜 그렇게 답답하던지....

 

근엄하셨지만 그래도 원칙에선 늘 앞장서고

인간다운 삶을 살수 있도록 몸소 보여주신

당신.

-남자란 ,

어디를 가도 당당하고 호탕하게 처신해야

한다.

못난 짓거릴 하는 건 남자가 아니다.

 

어느 겨울 날,

가벼운 감기에 걸려서 결국은 아무런 말씀조차

못 남기시고 가신 아버지.

당신의 삶 만큼이나 군두더기 남기지 않고

가셨다.

가신 당신모습 첨 뵈었을때......

기침소릴 들리지 않은고요함이 어쩜 더 행복한

저 세상을 위한 모처럼의 휴식처럼 느껴졌다.

-그래...

당신은 기침없는 저 세상이 어쩜 더 행복할지도

모르죠.

편히 쉬세요.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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