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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때문에 서울역에서 떨다 그냥 돌아왔어.
-아니, 안가셨어요?
약속했담서요...
뜯금없이 성북동 누나의 전화다.
일요일만 집에 계신다는 사당동형님.
시간맞춰 신사동 형수와 성북동 누나, 분당의 정금누나..
이렇게 11시에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는데...
완강히 오지 말란 형님과의 대화로 무산되었는데, 그런 소식을 접하지 못한
성북동 누나가 서울역서 11시까지 기다리다 왔단다.
마침 핸폰도 갖고 가질 않아서 더욱 오랫동안 기다리다 왔다고 화가 난 모양.
지난주에.
담주 일요일은 무조건 가는걸로 합시다.
그렇게 바람만 띄어놓고 정작 감기때문에 빠진 나.
이런 컨디션으로 도저히 갈수없어 분당의 정금누나에게 전화했었지.
이렇게 친척들이 몰려가면 한결 맘이 위안이 될거라 생각했었는데...
오지 말라는 형님.
이제,
생떼 같은 지식을 졸지에 잃어 버린지 1달이 채 못 되었다.
나날이 술로 설움을 달랜다는 형님.
그런 맘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드리고자 찾아간단 것이었는데....
혼자있고 싶다는데 어떻게 찾아가겠는가?
-니 들이 어찌 내 맘을 알겄이냐?
하두 죽은 동생애길 꺼내길래 그만 좀 하시라 했더니 생전의 어머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었다.
당신의 아픈배로 낳은 자식.
그 자식을 졸지에 잃어버렸을때의 허무함과 처절한 아픔
그건 부모만이 알수 있을거다.
-동생의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을때의 아버지의 침묵과
현실을 자꾸 부정하고 싶은 당신의 일그러진 얼굴.
그런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더 아팠었다.
이젠 두 분은 모든 번민을 접고 편안히 쉬고 계시겠지만...
흥래 형님이.
이번에 잃은 둘째 자식은 개인사업으로 몽땅 빚을 지고 홀연히 횡성으로
떠났단 것을 나중에 알았었다.
빚을 피해 도피한 심정으로 들어간 거기 횡성.
이젠 차차 정상으로 되어가고 있는중에 이렇게 잃었으니 오죽하랴..
더욱이나,
손주와 함께 그런 참변을 당했으니...
-형님,
광래형님이 딸을 연탄개스로 저 세상 보내고 그렇게 술로 소일하시더니
그렇게 결국은 술로 몸을 망쳐 가신거 기억하시죠?
그거 타산지석으로 삼으세요.
술을 마시는건 좋지만 그렇게 몸을 상할정도 마시면 결국은.....
-알았네,알았어.
난 그 정도는 아니야.
허지만, 어쩔건가...
술이 아니면 잠이 오질 않으니...
-그런 생각버리세요.
차라리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세요.
그게 기분 전환에 더 좋을거예요.
-글세.........
반가운 친척이 와도 반갑지 않고 부담스런 존재.
그런 형님의 맘은 이해한다.
지금은 그저 모든것이 원망스럽고 혼돈 스럽단것..
허지만, 어쩔건가?
현실은 현실인걸...
그리고 해쳐나가야 한단것...
이런 아픈 이별.
그런 이별없이 살다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럴수만 있다면......
생노병사란 피할수 없는 인간의 한계.
누가 피할수 있겠는가?
내가 위로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아픈맘을 들어준단 심정으로
한번 찾아뵈어야 겠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조금의 위안을 얻을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