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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병 문안

-누나,

내일 시간을 좀 내 봐요.

한번 같이 가게요.

-뭐 올려고?

가도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그래도 어떻게 그럴수 있어요?

못 알아보건 알아보건 그건 어쩔수 없는거고...

제 도리가 아니죠.

그러다가 돌아가시면 난 얼마나 후회하게요?

-그럼 내일 맞춰 보자.

 

지금은,

분당에서 살고 있지만 < 후암동 >에서 여태껏 살아서 그런지

늘 후암동 누나라 부른다.

 

누나는,

열심히 살았다.

정직하게 부지런 하게.......

헌데 말년에 매형의 치매로 마음 고통이 얼마나 클까

치매 걸림 건강상은 아무런 이상이 없어 오래 산다는데...

 

친 누나는,

삼선동 꼭대기 무허가 건물에 살았지만,

누나는 그래도 서울 도심 한 복판 < 동 자동>에 살았었다.

바로 서울역이 지척인 동자동 골목.

그래서 상경하는 동네 사람들이 누구나 들러서 소식을 들었던 누나.

한 네평 정도나 될가?

금방이라도 쓰러져 갈것 같은 그런 판잣집.

그곳에서 흥래형님, 광래 형님, 그리고 정금 누나가 살았었지.

그 당시 그래도 젤로 살만한 집은 정금 누나였다.

그건 부지런한 탓일거다.

그 판자집이 헐리고 광주 대단지로 이주하라 햇는데 누나는 입주권을 팔았나?

바로 인근인 후암동에 눌러살았다.

흥래 형님은 경기도 광주대단지로..

광래 형님은 신사동으로 갔지만........

 

배고픈 줄 모르고 그래도 서울 도심에서 멋들어지게 살고 있는 누나.

그에 비해 삼선동 꼭 대기에서 허름한 옷 차림과 매일 매일 고단한 행상을

했던 친 누나네 집.

대비가 되었거니와  왠지 정금 누나가 더 부러웠다.

남산이 가까워서 그랬나?

성남극장이 가까워서 그랬나?

바로 골목을 나서면 네온 불이 번쩍이는 후암동 골목.

거긴 서울 같았고 삼선동 누나의 집은 외떨어진 서울 변두리.

그래서 그런 대비를 했는지 모른다.

금전적인 가치를 따지면 상대가 되질 않았는데.........

그게 누나의 황금기 였던 모양.

글고 나선 바로 빚으로 넘어간 집,

몰락과 매형의 죽음.

재산을 탕진한 그 후유증으로 매형은 결국은 제대로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비참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매형의 죽음은 결국 누나의 해방을 맞은거고...

 

주마등 같이 스쳐가는 지나날의 기억.

5살정도의 은숙이 손을 잡고 놀러갔던 남산.

그리고, 삼광 초등학교 교정 등등..

그 은숙이가 이젠 불혹을 맞은 40 대의 중년이다.

 

나를 인정해 주고 친족중에서도 살뜰하게 대해 주었던 누나.

무작정 상경시에 걸칠것 조차 없었을때...

누나가 신경을 써주었다.

 

가면 늘 반갑게 맞아줬고......

맛있는거든 뭐든 풍족하게 차려줬던 음식상.

그래서 자주 가곤했는지 모른다.

나를 진정으로 인정해 주는 누나가 좋아서...

그렇게 복스럽고 활기찬 누나도 당뇨로 건강이 말이 아니다.

여생이 얼마남지 않았을거란 예감도 들고..

그렇게 변해버린 누나의 모습에서 무심한 세월이 야속타.

-내가 너무 무심했어.

날 어떻게 대해주었는데............

 

낼은 함께 오랫만에 식사도 하고 대화도 하고 와야지.

매형은 매형이고 누나와의 조우가 더 반갑다.

하긴 말조차 할수 없고 날 알아보지도 못한 매형을 만난들

무슨 감회가 있을가만 그래도 가긴 가야지.

이건 누나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

40이 다된 아들을 결혼을 시키지 못한 누나.

그 놈 때문에도 속은 상당히 아플거다.

왜 자식들은 부모의 마음을 그렇게도 몰라주는가?

효도의 기본은,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은것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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