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기억속의 설날

 

우리명절중 최대의 명절 설.

어렸을땐,

손꼽아 기다리며 달력에 표를 해가면서

하루 하루 기다렸던 설.

-왜 그렇게 기다렸던가?

 

밖으로 나가면 어느 집에서든 구수한 콩가루

냄새가 코를 찌르고 여기 저기서 떡을 치는 메소리가

온 동네를 메아리 쳤던 설 전날의 풍경.

 

비록 모두가 가난했지만..

이 날만은 모두가 풍성한 마음으로 부자였고

걷는 걸음마다 사뿐하기만 했다.

누구나 이날은 기다렸던 명절여서 그런

것일거야......

베푸는 기쁨, 나누는 기쁨.

 

-너, 남산가서 돼야지 고기 두근만 사오너라..

오는길에 두부집서 두부도 서너모만 사오고...

그런 심부름 조차도 반가웠던 명절전인 오늘.

 

옆집 외할머니 댁에 가면 벌써 넓은 안반에 인절미를 썰고

계셨고 우린 옆에서 통나물 국에 떡을 먹었지...

-체하지 않게 천천히 먹어라..

하시던 인자했던 외 할머니...

눈에 선하다.

 

심부름 갔다가 오면 집은 벌써 시루떡의 시루에 김이 

모락 모락 나오고 있었고

손수만든 메밀묵을 찬물에 담가 놓고 있었다.

찬물에 담가둬야 찰진 맛과 단단하게 굳어

지는 탓이다.

설날에 쓸려고 한 동안 아랫목에 놓아 기른 콩나물.

장독엔 맵게 만든 죽상어와 조기가 대나무살에 꿰어 너른

대나무 바구니에 담겨 있다.

이런 해물류는 평소에 좀 처럼 맛 볼수 없었던

귀한 것들

낼 차레상에 놓을 것들이라 행여 손을 댓다간

어머니의 호된 질책을 당했었지..

-저 놈이 차렛상에 올리기도 전에 손을 대?

부정타게......

 

가장인 아버진 동네 주막에 계시다가

느즈막히 귀가하셨지.

벌써 발그레하게 물든 볼.

막걸리 한잔 하지 않을 손가?

 

오늘 만든 음식을 아버지 앞으로 내미는 어머니..

거긴 늘 손수만드신 식혜가 있었다.

감기에 걸리지 말라고 얼큰히 만든 식혜.

어미닌 감칠맛 나게 잘도 만드셨지...

알고 보면 해수에 시달리시는 아버지를 위한

것이다.

 

하얀 앞치마 두르신 어머니..

분주하신 모습을 쳐다만 봐도 마음은

포근했다.

넉넉한 마음으로 옆에 계신단 것 만으로도

이미 행복했으니까....

 

낮에 이것 저것 주섬 주섬 먹어 저녁밥은

별로 생각이 없었던 우리지만  아버진 한번도

식사만은 걸르지 않으셨다.

거긴 지아비에 대한 어머니의 정성스런 마음이

깃든 탓이었지..

저녁식사후에도 어머니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분주하게 들락거림서 뭣인가 만드셨던 어머니..

오늘 만은 장작불을 너무 지펴 아랫목은 뜨거워

앉을수도 없었다.

그 때쯤엔,

서울로 돈벌러 가신 사촌형님인 흥래형님이든

광래 형님이든 문안을 왔지.

-숙부님 건강하세요.

-너희들이나 객지에서 몸 조심하거라.

하심서 충고한마디는 꼭 하셨던 아버지.

 

그때쯤,

방송사의 방송을 중개하는 홍 효식씨의 맨트.

-노안 문화방송 홍 효식입니다.

명절을 맞아 온 가정에 행운과 축복이 깃드시길

바라며 여러분이 좋아하는 노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하곤 보내준 민요풍의 노래들..

설날 전야가 한결 풍요롭고 들떳었지..

 

낼 입을 한복은 곱게 개어 걸어놓고 하얀 고무신도

깨끗히 닦아 선반위에 올려 놓았다.

설빔을 입고 새배를 다닐 생각에 벌써 아음은

설이 이미 와 있었다.

 

지금은 시골이든 도시든.

그런 정경은 기억속에서나 그릴 뿐.....

어디서 그런 정겨움을 발견할수 있으랴....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간 우리집엔,

하얀 앞치마 질끈 동여매고 하얀 수건 머리에

두르신 어머니가 반갑게 맞이할것만 같다.

기억으로만 그린단 것이 못내 슬프긴 하지만.....

 

오늘 저녁도 그 시절의 머나먼 추억여행으로

밤을 지새야 할거 같다.

미치도록 그리운 기억속으로만.....

그 시절로 갈수 없음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댓글 작성

일기장 리스트

12 1992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91 독백 98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