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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포, 그리고 포구
새우젓 냄새.
잊어지질 않는다
청운의 꿈을 꾼 시절이라설까........
우리 학교는,
도도히 흐르는 영산강 변에 있었고
옆으론 호남선 열차가 시커먼 연기를 내 뿜으며
늘 설렘을 실어날랐다.
강변에 앉으면,
저 편에 하얀 등대가 있었고.....
가끔은 통통배가 오르 내리던 풍경.
강으로 부터의 비릿한 냄새가 풍겼지...
바로 뒤에는,
상당히 높은 산이 있었지만,
산 보다는 늘 강변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청운의 꿈을 애길하곤 했었다.
-난,
서울로 유학을 갈거야
서울로 가는건 유학였다.
그렇게 말하던 친구 ㅅ..
부러웠다.
누굴 비비고 갈래야 마땅한 친척이 없던 난,
그저 부러움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야,
너 가끔 머리아플때 이 책을 한번 읽어봐..
너무 재밋다.
-그게 뭔데?
-벌레 먹은 장미.
-야 임마 앞으로 저명한 문학청년을 지망하는
놈이 겨우 이런 저질 책이나 추천하냐?
-그러니까,
머리 아플때 머리 식힐겸 읽으란 말야
한창 성에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때라 군침도 돌았지만
그 책이 방탕으로 이끄는 저질로만 알았던가 보다.
-너나 봐라 임마...
아휴 저 저질...
그렇게 조크한 놈은 원대한 문학도를 꿈 꾸던 ㅈ ..
서 정주 시인이 어떻고 김 동리 문학세계가 어떻고...
나름대로 진지하게 애길하던 ㅈ ......
졸업하곤 한번도 못 만났지만............
늘 옆엔 문학지 한권을 끼고 다녔던 문학도가
꿈이던 ㅈ...
그가 보고 싶다.
어떤 꿈을 이뤘을까....
강만 건너면 즐비한 노점 상인들
그리고 진하게 스며드는 새우젓 냄새
좌판에 연이어 놓여진 각종 생선들...
그 냄새가 역겨운 것이 아니라
구수한 냄새로 남아있던 그 시절.
-어찌 잊으랴,그 비릿내 나는 포구를.....
건물은 허름했지만...........
늘 가면 가슴이 벅차 오르던 < 영산포 극장 >
-의사 안중근
-빨간 마후라.
-피어린 구월산
-두 형제...
가슴 쿵쿵 거리는 벅찬 가슴으로 봤던 영화들..
영화가 끝나고 단 팟죽 한 그릇 먹고 건너던 영산강 다리.
강으로 부터 불어오는 쉬원한 바람.
유유히 흐르던 강물만 바라봐도 가슴이 벅찼다.
-얼마나 행복한 시절였더냐...
지금도 눈을 감으면
손에 잡힐듯 보이는 하얀 등대와
그림 같은 통통배.....
그리고 코에 스미는 새우젓 냄새...
최무룡 김지미 주연의 < 원 술랑 >의 극장간판
그 시절에도 왜 그렇게 늠름하게 보이기만 했었을까?
최 무룡...
양 귀비 같이 예쁜 김 지미
이미 한 사람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것이
슬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