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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日目

지금에사....


  눈에 익지 않은 전화번호.
공교롭게도 몇번이나 왔었지만 받질 못했었다.
-내가 뭐 하길래 전화조차 받질 못했나?
-누굴까?
10시 반,
12시 48 분,
그리고 오후 4시 11 분.

-저 제 전화에 입력되어있길래요,누구시죠?
-어쩜 그렇게 말씀하세요?
일부러 받지 않은건 아니죠?
저 선이예요.
-그럴리가....
아, 안녕하시죠?

통화하곤 알았다.
<선>이란 여자..

-갑자기 웬일이죠?
-하두 오래되어 잊으셨나해서요, 그런건 아니죠?
-아, 네...

노총각 시절에,
하두 결혼을 미룬다고 아버지 께서 그런 기회를 만들어
억지로 선을 보게 해서 맞선이란걸 봤었다.
그때가 31살,그건 노 총각 축에도 못든데....
-그래,한번 보는데 뭐가 달라질라구??
그냥 모른척하고 보기만 하자...
가벼운 발거름으로 갔었다.
어느해 싸락눈이 내리는 날.
어머님과 함께 그녀의 집으로..
아니, 중매를 주선한 분도 함께 였구나..
그녀의 집은 시골 집치곤 퍽 부자처럼 보였다
우리집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고 좋았었다.

-엄니,
나 보긴 하지만 억지로 맺어줄라 하진 마시요?
-내가 알건냐
네 아부지가 허두 저러니...
그나 저나 어서 가거라
언제나 결혼할 생각이냐?
-제가 알아서 할께요..

어엿한 직장을 가진 자식이 30이 넘도록 장가갈 생각을
않으니 당신들은 나름대로 애가 탓으리라..
나중에 알고 봤더니 여자쪽은 아버지 친구분,
그리고 이미 날 사위감으로 테스트 까지 했었던 분
가서야 알았었다.
그것도 모르고 아버지 친구분이라고 해서 술 한잔 대접해
드렸는데....

-여자가 복스럽게는 생겼드라만...
-그래서요?
탐탁지 않죠?
난 첫눈에 봐서 맘에 들지 않았어요..
-그저 그래...
어머니 눈에도 별로였던가 보다.

호감을 느꼈던가?
< 선 >은 귀경하는 역까지 나와서 배웅했었다.
누가 보면 마치 연인같이도 보일 정도로...
-꼭 약혼 사진이라도 찍고가라고 해라..
그런 엄명을 받고 나온 형수.
-가서 찍었다 하세요
맘에 맞지 않은 사람과 사진을 찍으라니??
세상이 지금 어느땐데...

서울로 와서도 그녀의 끈질긴 집념(?)에 마음 약한 난
몇번인가의 만남을 가졌었고...
몇번의 만남후에 분명한 선을 그었었다.
-난 아직 자립할 정도도 아니고..
결혼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아서...
저 생각말고 좋은데로 시집 가세요.
-모든 것은 내가 다 준비할께요..
저 능력있어요.
-그럴순 없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과 결혼.

서로간에 추억으로 간직하곤 깡그리 잊고 살았었다.
그 세월이 어언 20여년이 훌쩍 지난뒤에...

영등포에서 조우.
어떻게 알고 그녀가 전화를 했었었다.
사실은 궁금도 했었다.
결코 결혼 상대는 아니어도 그 뒤가 궁금했다.
그녀는 나와의 인연이 실패로 돌아가자 시골로 내려간뒤에
결혼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아 한참 늦게야 했단 소식을 친구인
ㄱ 에게 들었었다.
-상처였을까?
언제 어떤 식으로도 한번도 약속을 한 적이 없었는데...

아주 오래전에,
어떤 인연으로 만났던 사이
잠간 스쳐간 정도로...
바람처럼....
지금에사 .......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가슴에 깊이 새긴 추억이나 잊을수 없는 극적인 것도
없는데........

스쳐가는 추억속에 희미한 기억으로 밖에 남은게 없는 것들
어쩌잔 애긴가?

-언제 기회가 되면 소주 한잔 사드릴께요.
-그러죠..

아스라히 지난 일들이지만..
한번은 만나고픈 여인들이 있다.
-나사랫 마을에 살던 < 영 >
-평택에 살았고 청순미가 뚝뚝 떨어졌던 < 난 >
너 어쩐지 조금은 느끼하게 느껴지더라니 띠가 뱀 띠였구나.
- 뭐라구요?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정말로 그럴지 몰랐어요
-아 미안 미안,,
그런 의미가 이니고 농담이야 네가 왜 느끼해?
아냐, 정말로..
미안하다 미안...
그녀를 달래느라 진땀을 뺐던 < 난 >이..
그리고 지금 의정부에서 살고 있는 < 정 >이..
소중한 인연을 맺을 뻔했던 여인.
그리고 가슴에 깊은 상처를 서로가 가졌던 추억들..
그리고 애증이 교차하는 김해의 < 선 >
그녀에겐 지금도 죄를 지은거 같아 미안하다
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녀와 인연을 과감히 끊은것은
잘한 결단였던거 같다..
그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아, 그리고 또 다른 jung...

세월이 흐를수록 추억만 새록 새록 생각난다 했던가?
허지만,
그런 추억 조차도 없는 사람들에 비하면 얼마나 흐믓한 일인가?
아름답게 간직할수 있는 추억을 만들었단게....

-보고 싶은 얼굴,
그리고 보고 싶지 않는 얼굴.
보고 싶은 얼굴이 더 많은게 그 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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