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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설날 소감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
이날 처럼 기다려 졌던 날이 있었던가?

무려 한달이 남았지만 손 가락으로 세면서 꼬박 꼬박 기다렸던
내 어렸을적의 설날.
-왜 그렇게 손 꼽아 기다렸던 날였을까?

우선은 설빔을 얻을수 있다는 것이었을거다
아무리 가난해도 설날은 한 두가지 선물은 꼭 있었다
옷이 아니라면 검정 고무신이라도 한 켤레 새로 받을수
있었던 것였다
입에 풀칠하기 조차 힘든 상황였는데도 당신들은 자식을 위해
그런 희생을 하셨었던 것..

그런 생각으로 어젠 애들에게 줄 세뱃돈을 찾았다.
해 마다 되풀이 되는 것이긴 하지만...
이런 명절날 그런 작은 선물이라도 없다면 섭섭할거다.

어머니는,
6 남매에게 골고루 뭔가 한가지씩은 사 주셨다.
그러기 위해서 오랜 기간 동안 당신들이 절약했을 그 마음
얼마나 옹색했을까?
그땐,
그저 받는것만 좋아했지 어찌 그 숨은 마음을 알수 있었을까?
오늘 애들이 그저 주는 새배돈을 좋아만 했지 깊은 뜻을 모르듯..

내가 미리 준비한 봉투에 넣어 주는 것과 즉흥적으로 그 자리에
서 주는 와이프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 당시는,
세배돈이란건 상상도 못하였고..
아니, 가끔은 처가에 다니러온 봉학 이모부에게서 새배돈을
받긴 받았지만, 그건 가뭄에 콩나듯한 것이었다.

설날,
그 날은 모든 사람들이 풍족해 보였다.
우린 친구들과 몰려 다님서 세배하길 좋아했고..
그렇게 온 동네를 한 바퀴 돌다보면 거의 하루가 다 가고
얼마나 먹었는지 배는 개구리 배로 되곤했다.
허지만,
이런 풍족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 있는건 설날 아니면
언제 있었던가?

지금은 시골에도,
그런 세배풍속이 남아 있을까?
어른을 공경하고 화목을 도모하는 이런 미풍양속은 아무리 강조
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좋은건 사라지고 있으니...

낼은 수원 형님댁에 다녀올 생각이긴 하지만.....
예전의 그런 기분은 아니다.
연호 형님에게선 놀러 오란 전화가 왔지만,
그럴 마음의 여유가 아직도 없으니....
산단 것이 참으로 삭막한 기분만 든다.
그 여유롭고 풍요롭던 넉넉한 마음은 어디로 간걸까?
어느 집을 가도 마음이 흡족하고 평화롭던 내 어린 날의
그런 마음은 도대체 어디로 간걸까?
풍요속에 살면서도 마음은 예전보다 더 가난한 것은 대체 무슨
이유일까?
왜 이렇게도 여유가 없는걸까?
마음이 가난한 탓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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