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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여자의 일생



  <금천 댁>이 돌아가셨단 애길 들은건 며칠전였다.
금년 87 세라고 하니 천수를 누렸다고 할수 있을려나?
허지만,
반드시 장수만이 좋은건 아니란걸 < 금천댁 >의 일생을
반추해 보면 알거 같다.
장수 보담은,
어떻게 인생을 마감했느냐.
그게 더 중요한 것이리라..

<금천 댁> 은 우리가 늘 여름이면 발이 닳도록 다녔던
방죽바로 밑에 있는 두 번째 집였다.
방죽의 오르는 길에 있는 그 분의 집
여름이면,
목욕가는 길에 늘 마주치던 그 집였다.
대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저녁을 먹던 시절이 행복한 시절였나 보다...

아들 셋, 그리고 딸 둘.
이만하면 다복한 가정이 아닌가?

가난한 동네에선 겨울에 농한기에 부업이라곤 가마니 짜서 그걸
내다 팔아 겨우 용돈을 쓰는게 어렸을때의 모든 동네의 한결
같은 풍경였다.
다른 것으론 부업을 한단 것이 없었다.
금천양반이 가마니를 지고 가다가 군용트럭에 바쳐 그 자리에서 즉사했지만...
6.25 이후의 살벌했던 시절이라 보상한푼 못받았단 애길 들었다.
가난한 탓에 남편을 졸지에 보내야했던 금천댁.
허지만,
그 남편을 군용트럭에 잃은것이 바로 비운의 서막였을까?

그 후로,
막내 딸이 물에 빠져 죽고 난뒤에,
장성한 아들이 가정을 이끌고 산게 고작 몇년였을까?
장남을 결혼시켰지만, 며느리가 도망가 버리고 그 영향인지
장남은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알콜 중독으로 죽고 말았다.
마누라가 도망간 것도 따지고 보면 술을 너무 먹는단 거였다.

두째는,
대전인가 어디선가 문방구 점을 경영한단 소문만 들었을 뿐
한번도 보지 못하고 세째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지만..
그도 술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또 나와선 술을 마시는 이런 악 순환을 거듭하다 보니 건강인들  상할수 밖에 없었을것...
입원해서도 술을 찾다가 결국은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단 애길 들었다.
달랑 남은 아들하나 딸 하나..
허지만,
그들은 홀로된 어머니를 모실 생각조차 않고 다 쓰러져 가는
움막같은 곳에 방치하다 시피했으니...
간혹 고향가면 그런 금천댁의 몰골을 보면 왠지 불쌍했다.
-아니, 성남이랑 살지 어떻게 혼자 사세요 늙으신 분이..
이러다가 여기서 돌아가시면 누가 알겠어요?
-지들 살기도 힘든데 나랑 살라고 하겄소?
말은 오라고 합디다만 내가 안가고 그러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상황이 그런 상황이 아니란걸 알수 있었다
자식이 모셔야지 부모더러 오라 할수 있는가?
그런 말을 하는 금천댁의 등은 예전의 정정한 등이 아닌
거의 직각에 가까운 굽은 등으로 변해있었으니 그게 고생한
인생 역경의 표징인거다..

늙기도 서러운데 자식들과 살지 못하고 다 쓰러져 가는 움막 같은 집에서 모진 목숨을 이어가는 모습이 처량해 보였었는데...
보다 못한 면 사무소 사회 담당이 주선해서 노년을 편히 살수 있게 양로원에 주선해서 입소했단 소식을 들은지 얼마 되지
않은데 갑작스럽게 별세했단다.
바뀐 환경에 적응 못한것인가?
어떤 정신적인 충격였을까?

어찌 보면 우리 어머니는 그 분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사시다가 가신건지 모른다.
당신앞에 자식을 가슴에 묻고 가신게 한이긴 하지만.....

박복한 여인, 금천댁.
어찌 보면 가신것이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산단 것을 어찌 진정한 행복한 삶이라 할수 있으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자녀을 낳고서도 편히 살아보지 못하고
그렇게 가셨을까?

덩그마니 서 있는 그 분의 집.
이젠 누가 건사할건가?
이 담에 고향에 가면 퇴락하여 볼쌍 사납게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본단 것도 가슴아픈 일이다.
그건 내 고운 추억을 여지없이 허물어 버리는 것이고 아름다운 고향이 예전의 고향이 아니란 걸 확인 시켜 주는 것인 때문이다.
금천댁,
이젠 허리 펴고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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