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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먼 고향


  
매일 더위와 싸우고 있다.
우리네 삶 자체가 전쟁이라 당연한 것이지만..
그러나, 이 더위도 어쩔수 없이 사라질거다.
한 바탕의 태풍이 지나갈거고...

-어때, 덥지?
-한번 내려오지 그래요?
-엄니 안계셔서 그런가 보다.
공부한단 것은 핑게거리고..
더위가 가시면 한번 갈께..
-그러세요..

어머니 생존시엔,
만사 제치고 달렸었다.
그건 어떤 뭣 보다 우선순위였지..
-우린 맨날 시골 뿐이야..
이런 불평하는 애들의 소리도 귓가로 흘러 보냈다.
-할머니가 너희들을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데..??

고향은 어머니가 계심으로 더 가까운 곳이였다.
모든게 정답고 모든게 그립고...

우리가 떠날 즈음이면 당신은 뭐 든지 주실려고
광으로 가셔서 꺼내 오셨다.
이것 저것...
-가지 말린거..
-고사리 말린거..
-무우 말린거...
그걸 달갑잖게 했다간 혼이 난다
-난 눈이 빠지게 이걸 며칠이고 만들었는데.....
그렇게 하면 돼냐......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하찮아 보여도 하나 하나엔 당신의 정성과 수십번의
손이 갔었을것들...
이걸 어찌 돈으로 환산할수 있으랴..
-노인네가 뭐하러 이런 걸 만들어..
힘만들게..
속없는 와이프의 이런 넋두리..
-그래도 이런걸 챙겨 줄때가 행복한땐줄 알아라..
그랬었다.

지금은 그럴수 없다.
가 봐야 어머님의 흔적은 여기 저기서 찾을수 있겠지만..
당신의 숨결을 느낄수 있는 어떤 것도 얻을수 없다.
차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뭐든지 하나라도 채워 주실려던
어머님 마음..
가끔 그런것 땜에 의견충돌도 있었지만..
지금에사 눈물겹게 그리운 추억 뿐...

옆에 사시는 네째 이모가 서운해 한단다.
당장 어머님 부재가 그렇게 느껴졌겠지..
무성의로 밖에...

갑작스런 어머님 별세로 이모님이 퍽 늙으셨단 애기.
의지되던 언니가 가셨으니..
그 허전함이야 뭣으로 채울수 있을건가?
약간의 용돈을 보냈다.
어머님 대신으로 이모님께...
내겐 이모는 바로 어머님과 같아보인다.
늘 어머님 곁에 게신 탓이겠지..
넷째 이모 조차도 여생이 얼마 남지않았음을 알수 있다.
어찌 할건가?
가고 옴이 우리의 의지가 아님을....

어머님 뵙고 싶단 생각에 달렸던 고향길..
그런 설렘도 그리움도 이젠 없다.
그저 거기엔 내 고향이 있다는 것 뿐...
이렇게 엄청난 간극으로 되어 버린 고향.
그래도 죽을때 까지 가장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곳이
고향이겠지.......
지금은 멀지만....
맘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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