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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밤에,
비가 내렸나 보다.
하얗게 보였던 차에 먼지로 얼룩져 있다.
공기중에, 그렇게 더러운 먼지가 섞여있단 애기.
그녀가, 감기로 인해 관악산은 갈수 없다.
까치산에 올랐다.
비가 내려 촉촉히 젖은 땅.
바람은 불었지만, 이미 매서운 찬 바람은 아니다.
머 잖아, 남에서 부터 화신이 전해오면...
또 봄은 나른한 추억과 함께 아픔도 가져오겠지.
-희망을 가슴에 안고 갔던 소사 읍 범박리.
그 희망은 얼마지나지 않아 접어야 했고...
멀리 경상도 창령까지 발령난 동생과 동행하여
처음으로 찾았던 그 땅.
산 아래 비좁은 곳에 동네회관 같았던 < 남지 우체국 >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반갑게 맞이해 주던 국장 부부.
그때도, 이런 봄이였다.
국장을 모시고 첫 대면에서 잘 먹지 못한 술을 먹고서
허기를 부렸던 나..
그리고,
벌응절리 구빗길을 돌아서며 아쉬운 미소를 보냈던
난숙이가 떠난 것도 봄...
봄은, 희망과 또 다른 추억들이 겹겹히 전해온다.
나이듬은 희망의 계절 조차도 추억으로 바뀌나 보다.
겨우내,
긴 동면을 취하고 바쁘게 들로 산으로 일하러 갔을때..
긴긴 봄을 무위하게 지내기도 참 힘든때가 있었다.
이것도 ,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던 나.
그런 현실과 내 맘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부모님의 침묵.
견디기 힘든 고통였지.
암울한 현실을 도피한단 것은 어쩜 모험같은 건지도 모르지.
그런 도피가 50% 의 성공율만 보였어도 과감히 뛰어들지
모르지만, 그것 조차도 보이지 않았었다.
두째 이모댁에서 라디오와 함께 가게를 지킨것이 내가 할수
있었던 일.
작은 점포를 운영했던 이모님.
나주로 물건을 사러 가셨을때 가게는 내가 대신 봐 드렸지.
긴긴 봄을 라디오가 친구였고, 가끔씩 전해오는 천식형의
편지가 위로가 되었던 그 때....
푸른 보리밭 사이로 빨간 우체부의 자전거.
그걸 발견했을때의 반가움.
기다리는 편지가 있는 사람은 그런 반가움을 안다.
또 다시 봄이 오고 있다.
작년의 봄은 내 생애에서 가장 잔인한 봄.
내 믿음과 희망을 앗아간 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변하지 않은 미소로 맞아주던
사랑....
그 따스한 사랑을 앗아갔었지.
영영 오지 못하는 곳으로.....
흐드러지게 피던 벚꽃들 마져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는
기쁨이 아닌, 아픈 상처로만 인식되었으니....
잔인한 4월,그리고 봄.
내 슬픈 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