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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에 만난것은 관악산을 찾기 위함였는데....
산이 아닌 곳으로 우린 갔었지.
-우리 오늘 피곤한데, 드라이브 하러 갈까?
-어디로?
-네 맘 내키는 데로.....
관악산 거의 다와서 이런 뜬금없는 제안에 뜨악한 표정의
그녀였지만 바로 유턴하고 오던 길로 달린다.
-그래,,
우리네 삶이란 가끔은 의도되지 않은 방향으로 달릴때가
있어.
그 길이 바람직한 길인지는 시간이 흘러가야 하지만....
그게 지리하고 , 길들여진 습관을 바꾸고 해서 신선하게
느껴질때가 있거든...
가끔은, 필요해.
서울대 입구까지 왔다가 다시 남부 순환도로를 질주했다.
뿌옇게 가로등이 졸고 있는 듯한 새벽.
공기도 별로 차게 느껴지진 않았다.
신정교를 지나서 한참가다가 고수부지로 들어선다.
처음 와 본 곳.
왠 고수부지가 이렇게 넓게 조성되었을까?
운동기구와 넓은 축구장,배구장, 배드민턴장 등등..
즐비한 게 운동하기 딱 좋다.
운동장 한 귀퉁이에 차를 세우고 차 한잔했다.
안양천 물이 불빛에 반사되어 맑게 보인다.
-저 안양천 물도 낮에 보면 뿌옇겠지?
헌데 , 새벽에 보니 참 맑게 보인다.
-그래도, 전에 비하면 많이 정화되었다고 하던데요..
이게 무슨 짓일가?
갑자기 차를 돌려 이런곳에 오자고 한건 또 뭣일까?
의미없는 짓인거 같은데..
요즘의 내 마음이 좀 심란하단 생각이 들곤한다.
여러가지 잡념에 집념을 쏟을수 없다.
머 잖아 내 모든패턴이 180 도 변화할것에 대한 적응이
두렵다.
< 차분히 내 길을 걷고 있을려나???>
우린 차 안에서 그냥 있었다.
말이 필요없어도 그 시간이 의미있을때가 있다.
차를 마시고, 과일을 깎는 그녀의 솜씨가 날렵하단 생각을
해 본다.
가지런하게 자른 과일과 가지런한 손가락.
다소곳한 몸매로 누가 봐도 현모양처의 모습.
<이런 새벽에 유부남, 유부녀가 고수부지에서 속삭인 모습.
이런걸 보고 누가 현모양처의 모습이라 할까...>
차 운전경력은 나 보담 훨씬 적은데도 모른곳이 없을정도로
지리에 밝다.
아니, 한번 본 곳은 뇌에 깊이 입력해 놓나보다.
늘, 어딜 가면 나 보담 지리에 밝다.
이런 곳까지 들어온단 건 상상도 못했는데....
우린, 너른 운동장을 몇 바퀴 돌았다.
등산화라 뛸순 없고 천천히 걷기만 했지.
차차 붐비는 운동장의 사람들.
어디서 이렇게 알고들 왔을까?
다리밑의 공지엔 순간 꽉 찬 차들.
이 사람들도 일요일에 운동하러 왔을거다.
더 건강하고 밝은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땀을 내고 산을 가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둘만의 시간을 가진 이런 드라이브도 즐겁다.
<어떤 시간을 갖었느냐...어떻게 보냈느냐....>
더 중요한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