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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쌀쌀한 가을 날씨.
짙은 녹음으로 싱싱한 젊음을 뽑내던 잎들이
맥없이 갈색의 파리함으로 축 늘어져 있다.
요즘의 추위,
당연한 계절의 순리인데, 우린 움추러 든다.
그래도 , 올 겨울도 따스한 겨울일거란 예상이다.
내 어렷을때의 겨울.
따스한 물에 자주 씻지 못한 손등이 새까만 때가 덕지 덕지
묻어 번질 거렸던 애들을 보곤했지.
수건대신 닦았던 소매끝은 콧 물이 때가 되어 번들거렸고....
썰렁한 학교를 가봐도,
온기라곤 없는 교실에서 덜덜 떨며 시간을 죽였지.
선생님의 구령따라 양손 비비기, 등 두드려주기,
힘찬 구령을 질러보고.......
그래도 가시지 않았던 혹독했던 추위.
가방대신, 까만 책 보자기를 어깨에 두르고,
숨이 막힐거 같은 추위를 견디며 집으로 달려왔지.
양광이 스며드는 남향의 담장앞엔,도란 거렸던 어른들의
대화......
잘 먹지 못해, 안색은 파리해도 누구하나 자신을
불행하단 애길 하지 않았다.
아랫목의 이불밑에 파 묻어 둔 달디단 고구마..
꿀맛 같았던 그 맛......
잊혀지지 않는 그 맛...
추워도 그 추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배가 고파도 배고픔이, 겨울에 닦쳐온 당연한 가난으로만
여겼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사람들.
상대적인 빈곤이 아닌, 절대적 빈곤이라 설까?
모두가 가난해서 그랬을까........
불행한 존재란 것을 누구도 느끼지 못했으니.......
배고파 자실했단 소릴 들어보지 못했다.
이 추운 겨울을 견디면서,
흰 눈에 덮힌 여린 보리를 캐다 구수한 된장국을
끓여 먹을수 있다보면, 소망의 봄도 올거란 기대가 있었다.
배가 고파도,
가난해도 왜 절박함을 몰랐을까?
당신들은, 헐벗고 배고파도 자식을 배고프게 보내지 않으려는
헌신적인 어버이 사랑이 충만해서 일까.
풍요롭진 못해도 다른 애들처럼 굶지 않아서 배고픔의 절절함을 느껴보지 못했으니, 행복했던가 보다.
그게,
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사랑과 은혜가 아니고 뭔가....
사실,
요즘 추위는 추위도 아니다.
오리털에, 가죽에 입을수 있는것이 넘치는데 뭐가 추운가?
조금의 자극에도 비명을 지르는 인내심 없는 세대.
나약하기 이를데 없는 요즘의 우리들.
카드빛에 몰려 어떤 탈출구를 줄기차게 두드리기 보담.......
죽음으로 막을 내릴려는 안이한 대처...
그건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편함과 나태함에 깊이 빠져버린 요즘 우리들의
나약한 모습이 아닐까.
나도 예외가 아닌건 물론이지만........
이 추위가 뭐가 춥다고 호들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