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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3 日目

트러블


  
한 평생을 살면서 부부간에 트러블 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과연 정상적인 부부일까?
현실에서 과연 가능할까?
잉꼬 부부로 평생을 트러블 없이 살아간다면
그건 살아있는 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자주는 아니어도 , 가끔 다툰다.
뭐 다투는 이유가 그렇고 그런거지만...
-왜 방안이 지저분하냐..
-반찬이 이렇게 맛이 없냐..
-왜 화분을 저렇게 관리하는거냐..
-애들의 문제에 좀 신경을 써라 등등..
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한 것들.


아침도, 조금의 트러블.
다퉛다기 보담 내가 일방적인 궁시렁 거린 소리였지만...


배란다에 있는 린나이 가스 보일러.
며칠 전부터 아랫쪽 호수에서 방울 방울 물방울이 새어 나온다.
그게 지속되다 보니,
배란다의 바닥이 물로 번들거렸다.
그걸 보면서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태평한 마누라.
-보일러 아저씨 좀 데려다 봐달라 해야 하는데.....
하곤 끝이었다.
어떤 응급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행위가 얄밉다.
당연히 어떤 응급조치라도 취했어야 하는데.....


배란다의 보일러 아래에다 작은 병을 놨다.
물이 그곳으로 흘러내리게 하기 위함이지.
헌데,
보일러 부근에 빼곡히 찬 온갖 화분들.
그 화분들 땜에,그릇을 놓기가 쉽지 않았다.
괜히 짜증이 났다.


-이 화분들 좀 치우지 못해~~!!!
꽃 같지도 않은 것을 왜 이렇게 꽉 채워놔....
이건 꽃인지, 잡초인지 구분이 안돼..
왜,
그렇게 화분을 관리하고 그래, 정말.......
누가 당신처럼 그렇게 이꽃 저꽃 가리지 않고 관리하던가?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화분들이 좋다고 그런데 당신만,
유달스러워...
화분마다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고, 아름다운데......


화가나서, 몇개를 밖으로 옮기고 말았다.
화가나서 씩씩 거린것을 말리진 못하고 꽝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 아내...
아마 이불 뒤집고 눠 있으리라.
그게 냉전임을 보여준 표시였으니......
이게 나이듬인가?
이게 사랑이 매말라 가는 건가?
부부간의 무미건조한 삶의 모습인가.....


우린 이런 다툼을 가끔 한다.
마치 이런 싸움이 두 사람의 정을 두텁게 하는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그 원인이란 것이 극히 사소한 것들.
조금만 관심과 배려를 해 주면 일어나지 않을 것들..
작은 빗 방울이 커다란 구멍을 낸단 했다.
이런 작은 다툼이라도 자주 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안다.


-늦잠 자는 모습조차도 사랑스럽고....
-게으름 피우는 것을 애교스러운 모습으로 뵈던 날들.
이젠,
이런 것들이 왜 그렇게 미움으로 그려질까?
차라리 모든것을 포기하고 살아갈까...
그게 더 마음은 편한데.......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하는건 아닐까?
모르겠다.
내 마음을 채워주지 못하는 아내가 왠지 미운건,
사랑이 부족한 탓이고, 배려를 해 주지 않는 것이란 생각으로
차 있다.
내가 너무 큰 이기심으로 차 있는건지도 모를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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