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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갔다 집에왔을때, 어머니가 계시면 왠지 흐믓했다.
어떤 든든함과,어머니의 냄새가 그렇게 좋았었다.
나만 그랬나.....
식구들이 저녁밥을 다 먹었어도, 아랫목에 놋그릇에 담은
하얀 밥을 식지않게 이불로 정성껏 덮어 뒀다.
어머니의 품속 같은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오는 밥 그릇.
그건 어머니의 마음였다.
자식을 사랑하는 깊은 사랑이 그렇게 식지 않은 온기로
남아있는 것 아니었을까?
차디찬 손을 잡아 주면서 아랫목을 내게 양보하고,
당신은 윗목으로 옮겨 앉았지.
겨우 아랫목만 따스한 온기가 전해오는 차디찬 방.
앉아 있음 등이 시려웠다.
코에선 말간 콧물이 흘러내리기도 했다.
그 땐 왜 그렇게도 추웠을까?
-춥겠다.
식기전에 어서 묵어라.
하시곤, 부엌으로 들어가셨지.
따뜻한 숭늉을 만들어 주실려는 정성였지.
-왜 모르겠는가?
당신은,
나를 위해 넉넉하고 평온한 모습이지만,
그건 애써 감춘 표정일뿐.....
고단한 그림자가 서럽게 보이는데....
애써 밝은 표정일뿐 힘든 나날의 삶이란 것.
허리가 휘게 일을 하는 나날의 연속이란 것.
추운 겨울을 어떻게 덜 고프게 하고 , 따뜻하게 보낼건가..
이런 고민에 밤잠을 제대로 못 주무신단 것.
뼈 빠지게 일을 해도 목구멍에 풀칠하기 어렵단 현실.
하얀 서리가 내린 벌판을 바라보면 차고 썰렁하게 비치던
달빛이 더욱 추운 당신의 겨울.
그 시절의 가난.
그건 누구나 겪은 숙명같은 것이었을까?
길고 긴 겨울 밤을,
일을 하지 않고 , 편안한 잠을 자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그런 집이라야 하동 양반댁 정도였지만......
-날 고구마를 깎어 먹거나,
눈에 덮힌 무우를 캐다 깎어 먹는 것이 유일한 간식거리였다면
우리 영란인 거짓말이라고 할려나?
-왜 그런것을 먹었어?
다른건 왜 먹을것이 없었는데...?
이런 생뚱한 질문을 하겠지...
어머님 생전엔,
가난한 시절을 회상하곤 마치 전설을 애기한거 처럼
자주 끄집어 내길 좋아했다.
-참말로,그 시절은 어떻게나 팍팍 하던지...
그래도 힘들단 생각을 못하고 살았던가 보더라.
회상하시던 어머니...
6남매를 기르시느라, 힘들단 생각인들 어떻게 할수 있었으랴..
힘든 농촌에서도 한량 같은 생활을 하셨던 아버지..
그 만큼 어머니를 고생시켰단다.
당신이 하실일을 어머니가 다 하셨으니.......
이젠, 가난했던 추억 조차도 애기 할수 없다.
내 기억에 고개를 끄덕여줄 어머님의 부재.
이 가을 밤이 그래서 더 외롭다.
영란이, 세현이는 엄마를 어떤 모습으로 각인하고 있을까?
그저 평범한 엄마의 모습같은 상은 아닐까?
나 처럼,
든든하고, 포근한 정으로 생각되는 그런 다정스런 엄마의
모습으로 새겨졌을까....
구원의 어머님상으로 각인되어 있을려나...
궁금하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은 영상으로 다가오는 어머님 모습.
인간이기에 어쩌지 못하는 슬픔인가 보다.
-누가 이런 아픈 이별을 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