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6 일째

세월은 흘러도.....

 


  
비가 내리면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친다.
아주 어렸을때의 기억에서 부터 최근의 일까지..


형이 다녔던 학교를 자주 찾아갔었다.
분홍빛이 도는 매력적인 5 원짜리 지전.
-가다 사탕 사 묵어라..
집에선, 매를 들고 사정없던 형이 왜 밖으로 나오면 양 처럼
온순해질까.....


진옥이의 먼 친척이 된다는 학교앞의 상점.
거길 가면 공짜로 사탕을 얻어 먹을수 있었다.
늘 불만인건,
진옥인 많이 사탕을 호주머니에 넣어 주는데.....
달랑 두 서너개 넣어준 것이 조금은 불만였지.
그래도, 왕 방울 같은 사탕을 그저 얻어 먹는 행운이
어딘가........


< 서울학 연구소 >에 근무하는 ㅁ 에게 전화했다.
ㅁ 과 ㅅ 와, 그리고 나.
이렇게 단짝였던 ㅁㅅㄱ 트리오.
커서도 절대로 헤어지지 말고 연락하고 살자던 손가락으로
약속했던 우리들.
ㅅ 는 소식조차 모르고 지낸다.
철부지 시절의 약속을 잊은건 아닐텐데......


서울학?
첨엔, 이런 곳에서 뭣을 하는건가 의문도 들었다.
서울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고 , 보존하고 발간하는 곳.
ㅁ으로 부터 들었다.
서울의 역사에서 부터 참고자료를 펴내고, 연구하는 곳인가..


같은 공직에 있음서도 우린 소원했다.
누구 탓을 하기 전에, 조금의 서로에 대한 무 관심이란 것이
탓이라면 탓일거다.
ㅁ 과 친하게 지낸 것은 조금은 우리완 다른 환경과 그의 귀공자
적인 태도가 좋아서 그런거 같았다.
그 얼굴값을 하느라 학창시절엔,
여자들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고......
자기 아버지의 체면에 먹칠하는 지방의 상고를 다녔으니.....
그 또한 우리들에게 열등감도 들었으리라.
그땐,
몇개의 학교를 제하곤 상고라면 공부도 못하는 애들이
겨우 다니던 학교였으니.........


시골에서,
다녔던 난, 그래도 시내서 상고든 뭐든 다니는 그 애들이
부러웠다.
가끔 ㅅ 로 부터 소식도 들었다.
- ㅁ 녀석 내가 봐도 큰일이야.
맨날 여자들과 노느라 공부는 팽개친거 같더라..
ㅅ 의 애기를 들었을 뿐.......
이미 ㅁ 은 우리들과 놀려고 하는 처지가 아니었다.
광주의 단맛에 깊이 빠져버렸으니.....


ㅁ 을 조우한건 그 뒤로 세월이 한참이 흐른뒤.....
엉뚱한 교육원에서 만났었다.
-허연 얼굴과 여전히 귀티가 졸졸 흐르는 훤출한 키..
너무도 반가웠다.
실수 할가봐 몇번을 확인했다.
그랬었다.
내 눈은 정확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어린 시절의 그의 모습은 여전했다.


그 동안의 세월은 많은 것을 변하게 했다.
ㅁ 도 나도 변했을 거다.
늘, 서운한건 그 변함에 있었다.
예전의 ㅁ 가 아닌, 생소해 보이는 ㅁ을 본다는 것.


-그래,그래..
우리 한번 만나자..
-아니, 말만 그러지 말고 일부러 와라.
-오케이....
전화기 속의 음성이 왠지 공허하고 생소하게 들리는건
왜 일까.....
아주 전혀 모른 음성처럼 그렇게 들렸다.

내 다정한 어린 시절의 친구아닌 전혀 모른 사람의 음성.
세월이 이렇게 만든 거야.
너무도 우린 변함을 막지 못하고 지켜본 탓일거야....

댓글 작성

일기장 리스트

12 1991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89 독백 98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