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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친다.
아주 어렸을때의 기억에서 부터 최근의 일까지..
형이 다녔던 학교를 자주 찾아갔었다.
분홍빛이 도는 매력적인 5 원짜리 지전.
-가다 사탕 사 묵어라..
집에선, 매를 들고 사정없던 형이 왜 밖으로 나오면 양 처럼
온순해질까.....
진옥이의 먼 친척이 된다는 학교앞의 상점.
거길 가면 공짜로 사탕을 얻어 먹을수 있었다.
늘 불만인건,
진옥인 많이 사탕을 호주머니에 넣어 주는데.....
달랑 두 서너개 넣어준 것이 조금은 불만였지.
그래도, 왕 방울 같은 사탕을 그저 얻어 먹는 행운이
어딘가........
< 서울학 연구소 >에 근무하는 ㅁ 에게 전화했다.
ㅁ 과 ㅅ 와, 그리고 나.
이렇게 단짝였던 ㅁㅅㄱ 트리오.
커서도 절대로 헤어지지 말고 연락하고 살자던 손가락으로
약속했던 우리들.
ㅅ 는 소식조차 모르고 지낸다.
철부지 시절의 약속을 잊은건 아닐텐데......
서울학?
첨엔, 이런 곳에서 뭣을 하는건가 의문도 들었다.
서울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하고 , 보존하고 발간하는 곳.
ㅁ으로 부터 들었다.
서울의 역사에서 부터 참고자료를 펴내고, 연구하는 곳인가..
같은 공직에 있음서도 우린 소원했다.
누구 탓을 하기 전에, 조금의 서로에 대한 무 관심이란 것이
탓이라면 탓일거다.
ㅁ 과 친하게 지낸 것은 조금은 우리완 다른 환경과 그의 귀공자
적인 태도가 좋아서 그런거 같았다.
그 얼굴값을 하느라 학창시절엔,
여자들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고......
자기 아버지의 체면에 먹칠하는 지방의 상고를 다녔으니.....
그 또한 우리들에게 열등감도 들었으리라.
그땐,
몇개의 학교를 제하곤 상고라면 공부도 못하는 애들이
겨우 다니던 학교였으니.........
시골에서,
다녔던 난, 그래도 시내서 상고든 뭐든 다니는 그 애들이
부러웠다.
가끔 ㅅ 로 부터 소식도 들었다.
- ㅁ 녀석 내가 봐도 큰일이야.
맨날 여자들과 노느라 공부는 팽개친거 같더라..
ㅅ 의 애기를 들었을 뿐.......
이미 ㅁ 은 우리들과 놀려고 하는 처지가 아니었다.
광주의 단맛에 깊이 빠져버렸으니.....
ㅁ 을 조우한건 그 뒤로 세월이 한참이 흐른뒤.....
엉뚱한 교육원에서 만났었다.
-허연 얼굴과 여전히 귀티가 졸졸 흐르는 훤출한 키..
너무도 반가웠다.
실수 할가봐 몇번을 확인했다.
그랬었다.
내 눈은 정확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어린 시절의 그의 모습은 여전했다.
그 동안의 세월은 많은 것을 변하게 했다.
ㅁ 도 나도 변했을 거다.
늘, 서운한건 그 변함에 있었다.
예전의 ㅁ 가 아닌, 생소해 보이는 ㅁ을 본다는 것.
-그래,그래..
우리 한번 만나자..
-아니, 말만 그러지 말고 일부러 와라.
-오케이....
전화기 속의 음성이 왠지 공허하고 생소하게 들리는건
왜 일까.....
아주 전혀 모른 음성처럼 그렇게 들렸다.
내 다정한 어린 시절의 친구아닌 전혀 모른 사람의 음성.
세월이 이렇게 만든 거야.
너무도 우린 변함을 막지 못하고 지켜본 탓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