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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 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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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날,
장독가에 지천으로 피어나던 봉숭아.
잎을 따서, 백분을 넣고 숯도 넣어 ,
고운 색으로 베어들란 소망으로 손톱에 물들이던 봉숭아.
나는, 누나의 손톱을...
누난, 나의 손톱을 가만 가만 쳐매주던 시절.
연분홍 봉숭아 색갈이 날이 감에 초승달 모양으로 하얗게 변했고..
그걸 바라봄서 변함에 속상했던 어린 시절.
그 변화의 속성이 왜 그리도 서운했던지.......
시간의 흐름은 변화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고 있었을까?
변함은 불변의 진리인것을...
내 손을 잡아 호호 불면서 손톱을 쳐매주던 素누나..
이런 여름이 오면,
장독가에 피어난 봉숭아를 보며.....
아주 오랜 옛날에,
손톱에 물들이던 그리움을 한번 쯤 생각하고 있을려나?
그립고,아쉬운 추억 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