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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사 놨어요.
퇴근길에, 학교앞 공터에서 잠간 만나요.
퇴근 10 분전에 온 그녀의 전화.
지난 번에 방영된 < 생노병사의 비밀 >을 보고서 녹차가
좋다고 했더니, 사 놨단 애기다.
철 없는 짓도 잘 하지만, 가끔은 속이 깊은 면도 있다.
그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다.
저녁 식사전에, 자전거로 여의도 까지 갖다온다더니 아마도
운동하러 나온 모양.
짧은 반바지에, 빨간 모자.
잠간 쉬면서 그녀가 갖고온 아이스크림을 먹었지.
넓은 교정은 비가 온 탓인지 개미새끼 한 마리 없다.
-이 녹차 내 생각 함서 드세요?
-어떤 생각?
-내 이쁜모습을?
-기가 막혀서......
아마도 이쁜 사람들이 다 한강으로 들어갔나...
누가 이뻐,이쁘긴??
그렇고 그 나이면 이쁘단 표현보담은 우아하다고 해야 하는거야.
네가 뭐 20 대야?
징그럽게 이쁘긴....
-그 소리가 그 소리지 뭐..
암튼 이렇게 잘 해주는 사람있음 나와 보라고 해봐..
-그 사람이 좋음 다 이래,
착각하지마....
너만 그런다고...ㅋㅋㅋ...
넌 착각이 너무 심해...
일요일날,
등산 감서도 많은 애기를 했는데도 또 무슨 대화가 필요한가.
차 두고 자전거 타고 운동하잖다.
운동이든 뭐든, 난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날렵하게 갈아입고
해야지..
이런 차림으론 뭐든 안된다.
밋밋하고, 맹물 같은 녹차.
어떤 맛도 향도 없는 것을 먹어야 한다.
녹차잎에 그렇게도 좋은 성분이 들어있단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보성 지방 사람들이 그래서 그렇게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녹차가 차의 용도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쌈으로, 비벼먹는데도 먹고 있으니 참 대단한 건가 보다.
건강에 좋다고했더니 기억을 했다가 챙겨주는 그 성의.
그게 고맙다.
사람은 간사한거라, 작은 이런 성의에도 감동을 잘 한다.
내가 건강해야만, 자신도 좋을게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난단 것은 즐거운 일일테니까...
어쩜 나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결국은 자신을 위한 것(?)
별스런 논리군...
나완 정 반대의 방향으로 페달을 밟으며 손을 흔드는 그 발랄한 모습.
그 밝고 쾌할한 젊음이 좋다.
-그래,
네가 있어 난 어쩜 행복한 사람인지 모른다.
와이프의 든든함 아닌, 어떤 다른 면으로의 너의 모습.
네게 향한 내 마음이 언제까지 남아있을진 몰라도,
지금은 너를 향해 열려있다.
지금 처럼 중요한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