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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6 일째

비를 맞았어도 좋았다



  
-서울,경기지방 오후에 때때로 소나기가 내린다.
그런 일기예보 무시하고, 오른 관악산.
10 시 30 분이란 시간은,
게으른 자들의 등산하기 위해 만나는 시간.
매표소 입구의 광장,
인산인해란 표현이 맞을거 같다.


하늘이 잔뜩 흐려있어,등산하긴 안성맞춤인 날씨.
어깨에,
잔뜩 장만한 베낭,
묵직하게 메고 기다리고 있는 그녀.
빨간 반팔티에, 검은색 반바지.
-늦었으니, 약속대로 입장권끊으세요.
-아,, 참 그렇지..


지난번에,
더운 날에 올랐던 난 코스인 칼 바위쪽으로 오르잖다.
반대할 내가 아니지.
힘든 코스긴 해도 거기 가야 등산다운 등산이니까..
거기 비하면 다른 곳은 산책로 걷는 기분이다.


베낭은,
둘이서 번갈아 감서 매기로 했다.
주로 암석이 있는 곳을 가야 하는 코스라 힘이 든다.
저 아래 서울대 계곡이 까마득히 멀어 보이는 정상.
바라만 봐도 현기증이 드는 곳.
땀을 흘렸는데 어느새 말라버리고 차다찬 냉기가 스민다.
거기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향.
별미일수 밖에......
-참 누군가 자살하고픈 사람은 이런 곳에서 뛰어내림 스릴있게
가겠다, 그지?
-난,
이런곳에서 뛰어내리지 않겠어요.
가슴이 울렁거려서 어떻게 뛰어 내려...아휴~~!!
-마지막 길을 스릴있게 장식하는건데 뭘......
기분나이스지....


몇번의 힘든 바위산을 넘어 야영장으로.......
군데 군데 삼삼오오 모여 술판.
이런 높은곳으로 어떻게 술을지고 날랐을까?
놀라울 일...
등산와서 술을 먹는 일이 즐거운 일인가 보다.
술이 취해서 하산하다 실족할라..........


2 시가 다 되어 우린 지난번에 왔던 그 아지트...
이미 가는 실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위위에,나무가 우거져 이 정도의 비는 카버할수 있었다.
오늘은,
포도주에 마른 포까지......
다양하게 준비해왔다.
달짝지근한 포도주 한잔을 마셨다,
비는 내려도 그 기분은 너무도 좋았다.


식사가 끝나도 비는 지속적으로 내린다.
-이거 빗 방울이 더 세지네요.
-여름비는 맞아도 기분이 좋아..
-그래도, 그러다가 감기들면 어쩌게요.
-이런 기분도 추억인데 뭘..
우린 이 비를 맞고 이런 우리만의 아지트에 왔단 것이
더 기분좋은 추억이 아닌가?
-다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추억이지 뭐....


점점 빗방울이 거세지고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전철역까지 못 걸려도 30 분은 족히 걸린다.
허지만,
대책이 없다.
하산하기로 했다.
도중에, 이런 비가 내려도 몇 몇 등산객은 등반을 강행하려고
오는 중이다.
비를 맞고서 하는 등산도 나름대로의 묘미는 있을거다.


-나를 좀 봐,
이거 비 맞은 생쥐꼴이 맞지?
-네, 영락없는 생쥐..
물에 빠진 생쥐 ㅋㅋㅋ......
그래도 좋은데요 뭘..
누군가 옆에 있어서 그런가?
-그래,그래..
그래서 좋은거지.
우린 둘이서 쳐다보곤 킬킬 거렸다.
완전히 물에 젖어 미친사람의 몰골이 아닌가?
가릴것도, 가릴이유도 없다.
다 젖고 만걸..


둘이 다 젖어 전처럼 맥주한잔 하러 들리지도 않았다.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쉬고 싶었다.
그 개운하고, 나른함속의 단잠에 취하고 싶었다.
힘은 들었어도 오늘의 우중등산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이런 맛에 가는 산이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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