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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6 일째

봄 편지

 

황사와 더불어 봄은 이렇게 깊이 들어와 버렸네.

언제 부턴가,

봄이면 뿌옇게 하늘을 덮는 황사...

중국의 사막이란데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우리의 맑은 봄 하늘을

이렇게 뿌옇게 만드니 이것도 고역일세...

우리가 어렸을땐,

이런 황사 보지도 못했는데 요즘 몇년사이에 생긴 현상이지..

우리옆의 나리가 중국아닌,

저 캐나다 같은 나라거나, 스웨덴 같은 삼림이 잘 된 나라라면

그  맑은 공기를 덤으로 마실텐데 말이야...

 

 

c 형,

잘 있겠지?

이 세상의 어딘가에 자넨 이 봄을 맞고있으려나...

 

 

우리 참 너무도 오래되었어.

그렇게도 자주 자주 전하던 우리의 우정.

그리도 다정한 목소리로 내 곁에서 지켜 주던 자네.

그 맑고 밝은 미소를 기억하고 있네.

 

 

매일 매일이 변함없는 일상에서 실의에 젖는 나에게

자네의 편지를 읽고 있노라면 내가 외롭지 않음을 느낄수

있었어.

 

 

-어젠 남산에 올랐었다.

이 봄을 만끽하러 나온 상춘객들의 행복한 미소와,소란스러움

에서 분명 봄은 우리곁으로 가까이 왔더구나...

이렇게 써 내려간 자네의 봄 편지...

 

 

편지가 사라진 시대..

보고 싶음도 참으면서 깨알같이 사랑을 고백하거나,

우정을 다짐했던 그런 편지........

그 편지 쓰는 순간엔,

보다   깊은 사랑을 다짐하던가, 우정을  간직할수 있는 순간인데...

그런 사라짐이 늘 아쉽다네.

편지 쓰고,

그 답이 오기를  어떤 희망처럼 기다리던 우리들 세대....

어쩜 그때가  보다 순수하고 아름답게 느껴 지곤 하지.

 

 

편지 보담은 즉답을  할수 있는 편리한 핸드폰......

그  목소리로 분명히 자기의사를  밝힐수 있고,

순간 순간의 감정을 전할수 있다는 이 편리함.

그렇다고  다 좋은거란 생각은  않네.............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이런  고뇌를 한 뒤에  쓰는 답장.

이게 편지의 매력은  아닐까?

 

 

사족이 길었네.

자네의 봄 편지...

서울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서 보냈던 그 우정어린 편지..

잊을수 없네.

동구밖을 돌아오는 빨간 우체부가 그리도 반갑게 보였던 기억.

그 심정 잘 알겠지?

 

 

우린,

너무 현실이 고달펐던가....

아님, 내가  너무 무심했던가....

잊고 지냈어.

그 간격이 너무 길었지?

 

 

c형,

난  요즘 어머님을 떠나 보내려는 순간에 와 있어.

- 그렇게 장수하셨는데  뭐 그리도 슬퍼하는가?

하고 그런다네 다들.......

그게  날 위로하기 위한 말은 알고도 남지..

허지만,

그  떠나 보낸단 말이 왜  그리도 용납이 되지 않을까?

왜 그 엄연한  현실을  냉엄하게 받아 들이지 못하는 걸까?

이기심일까, 

바보 스러움일까......

 

 

자네가  옆에  있다면 소주 한잔 하면서 내 애기를 들어줄텐데.....

주위에  그런 다정한 친구가 없어.

내  마음을 훤히 들어다 볼수  있는 그런 친구......

 

 

왔던 것이 자연스럽듯이 가는 길도 자연스럽게 가는 길인데..........

왜 그 길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지 못하는 걸까?

마음이 아프다네.

내 소중한  사랑의 실체가  바람처럼 사라진단  사실에.....

허지만,

이젠  그 욕심을 접기로 했어.

아니  그 엄연한   우주의 섭리를 받아들이기로 했어.

그런데도 마음은 왜 이리 쓸쓸하고  빈 가슴일까?

그래서 자네를 그리고 있는지 모르네.

 

 

c형,

봄이  이미 왔네.

어디에 살든  자네의 따뜻한 우정이 늘 살아있기만을 빌겠네.

그리고,

언젠가는 꼭 만나볼수 있으리란 것도 ...........

그 뜨거운 포옹을 할수 있으리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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