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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와 더불어 봄은 이렇게 깊이 들어와 버렸네.
언제 부턴가,
봄이면 뿌옇게 하늘을 덮는 황사...
중국의 사막이란데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우리의 맑은 봄 하늘을
이렇게 뿌옇게 만드니 이것도 고역일세...
우리가 어렸을땐,
이런 황사 보지도 못했는데 요즘 몇년사이에 생긴 현상이지..
우리옆의 나리가 중국아닌,
저 캐나다 같은 나라거나, 스웨덴 같은 삼림이 잘 된 나라라면
그 맑은 공기를 덤으로 마실텐데 말이야...
c 형,
잘 있겠지?
이 세상의 어딘가에 자넨 이 봄을 맞고있으려나...
우리 참 너무도 오래되었어.
그렇게도 자주 자주 전하던 우리의 우정.
그리도 다정한 목소리로 내 곁에서 지켜 주던 자네.
그 맑고 밝은 미소를 기억하고 있네.
매일 매일이 변함없는 일상에서 실의에 젖는 나에게
자네의 편지를 읽고 있노라면 내가 외롭지 않음을 느낄수
있었어.
-어젠 남산에 올랐었다.
이 봄을 만끽하러 나온 상춘객들의 행복한 미소와,소란스러움
에서 분명 봄은 우리곁으로 가까이 왔더구나...
이렇게 써 내려간 자네의 봄 편지...
편지가 사라진 시대..
보고 싶음도 참으면서 깨알같이 사랑을 고백하거나,
우정을 다짐했던 그런 편지........
그 편지 쓰는 순간엔,
보다 깊은 사랑을 다짐하던가, 우정을 간직할수 있는 순간인데...
그런 사라짐이 늘 아쉽다네.
편지 쓰고,
그 답이 오기를 어떤 희망처럼 기다리던 우리들 세대....
어쩜 그때가 보다 순수하고 아름답게 느껴 지곤 하지.
편지 보담은 즉답을 할수 있는 편리한 핸드폰......
그 목소리로 분명히 자기의사를 밝힐수 있고,
순간 순간의 감정을 전할수 있다는 이 편리함.
그렇다고 다 좋은거란 생각은 않네.............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이런 고뇌를 한 뒤에 쓰는 답장.
이게 편지의 매력은 아닐까?
사족이 길었네.
자네의 봄 편지...
서울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서 보냈던 그 우정어린 편지..
잊을수 없네.
동구밖을 돌아오는 빨간 우체부가 그리도 반갑게 보였던 기억.
그 심정 잘 알겠지?
우린,
너무 현실이 고달펐던가....
아님, 내가 너무 무심했던가....
잊고 지냈어.
그 간격이 너무 길었지?
c형,
난 요즘 어머님을 떠나 보내려는 순간에 와 있어.
- 그렇게 장수하셨는데 뭐 그리도 슬퍼하는가?
하고 그런다네 다들.......
그게 날 위로하기 위한 말은 알고도 남지..
허지만,
그 떠나 보낸단 말이 왜 그리도 용납이 되지 않을까?
왜 그 엄연한 현실을 냉엄하게 받아 들이지 못하는 걸까?
이기심일까,
바보 스러움일까......
자네가 옆에 있다면 소주 한잔 하면서 내 애기를 들어줄텐데.....
주위에 그런 다정한 친구가 없어.
내 마음을 훤히 들어다 볼수 있는 그런 친구......
왔던 것이 자연스럽듯이 가는 길도 자연스럽게 가는 길인데..........
왜 그 길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지 못하는 걸까?
마음이 아프다네.
내 소중한 사랑의 실체가 바람처럼 사라진단 사실에.....
허지만,
이젠 그 욕심을 접기로 했어.
아니 그 엄연한 우주의 섭리를 받아들이기로 했어.
그런데도 마음은 왜 이리 쓸쓸하고 빈 가슴일까?
그래서 자네를 그리고 있는지 모르네.
c형,
봄이 이미 왔네.
어디에 살든 자네의 따뜻한 우정이 늘 살아있기만을 빌겠네.
그리고,
언젠가는 꼭 만나볼수 있으리란 것도 ...........
그 뜨거운 포옹을 할수 있으리란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