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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6 일째

허무


  허무,
새삼 이 허무란 말이 생각난다.
무심한 가을 바람 같은 그런 썰렁한 바람..
그게 허무 일까?


이 세상에 허무아닌 것이 뭐가 있을까?
모두가 허무다.
둥둥 떠 있는 듯한 그런 무력감..
내 무능이 세삼스럽게 밀려 든다.


-뇌가 손상되어 있고,
치료는 해 보겠지만......
의사가 그러더란다.
기대를 말란 애기리라.


지금은,
무 의식중에 생의 끈을 희미하게 붙잡고 있지만..
왠지 ㅡ그게 길것 같지 않아 보인다.
왜 이 처럼 나약해 지고 있는가?


- 순아,
너무 비통해 하지 마..
다 떠나게 되어 있는 거야.
너도 나도 ...
마음은 야무지게 먹고 우리 빌어 보자.
그래도 안되면 그건 운명인걸...
어쩌라고...
- 그래요..


그렇게 전화로 초췌하게 야윈 누이 동생 순을
위로는 했지만......
내 말은 어느덧 힘이 빠짐을 느낀다.


당신이 가신다 해도 마음 편하게 가시게 해드리는 것이
도리일거다.
남은 자식들이 애통해 하는 걸 바라지 않으실 거다.


-영란아?
할머니 어떠시니?
-그저 촛점없이 바라만 보시고 계셔...
말이 나오지 않나 봐...
-그래,
잘 보살펴 드려라...
말씀은 못해도 네가 옆에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실거다.


영란이도 눈치채고 있을거다.
할머니가 자기 곁을 머 잖아 떠나리란 것을...
어찌 할거나?
이게 나와 어머니가 맺어진 인연이 마지막 이라면..
내가 아무리 부정하고 발 버둥 쳐도 그게 무슨 소용이더란
말이냐...


자꾸 어머니의 얼굴을 지우려 해도 눈앞에 어른 거리는
모습..
그 젊고 정갈한 시절의 어머님 모습...
오늘 밤도 뒤척이면서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할거 같다.
내 앞에 펼쳐진 그 운명이라고 하지만....
이별...
차마 어떻게 견딜거나?
절벽 처럼 캄캄 해 짐을 느낀다.
어차피 다 가게 되어 있는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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