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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학교를 집이 가까운 나주를 놔 두고 한참 더 먼 거리에
있는 영산포를 다녔었다.
영산강 물줄기가 검푸르게 흐르던 강가에 있던 학교.
거긴,
나 처럼 가난한 애들이 몇명은 있었다.
학년에 10 명씩 뽑았던 장학생 제도..
그걸 노린 탓...
- 넌, 왜 그 먼 학교로 다니니?
하고 묻는 친구들의 질문에 딱 뭐라고 대답을 못하곤
했지..
집이 가난하다는 건..
어쩜 내 치부를 드러낸 듯한 그런 것이기도 하고...
한 동네 애들과 나주 까진 걸어와 늘 난 버스를 타야 했다.
그렇게 가까운 학교에 다닌 애들이 부럽기도 했고,
때론 그러지 못한 현실이 아픔이기도 했지...
그 영산포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그런 때였지..
쉬는 시간에 날 조용히 부르던 학생회장..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큰 몸매에 눈이 부리 부리한
소년같지 않은 청년티기 물씬 풍긴 모습였던거 같다.
- 야, 너 이 학교에 왔단거 축하한다.
너 애기 들었지..
너 혹시 수예라고 아니?
- 네?
그럼요, 내 친구 누나 걸요..
- 그래?
그럼, 어떤 애로가 있거든 날 찾아와..
내가 도와 줄께..
그리고 , 이거 수예에게 전해 줄래?
이건 비밀이야 ..누구에게도 애기해선 안돼..알았지..
그리곤, 종이 비행기 처럼 접힌 편지 한장..
그걸 내민다.
- 날 어떻게 여기에 온지 알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 문 수예 >
그년, 내 친구의 누나..
아니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의 큰 딸..
갸름한 얼굴에 유난히 하얀 피부에 애교가 철철 넘쳤던
수예 누나..
자주 놀러 갔던 주식이네 집.
거기서 자주 얼굴 마주치곤 했었고 아는 얼굴이다.
나 보담 2 년 선배였고, 까마득히 울려다 볼 그런 나이 같았다.
그 누난,
왜 나 처럼 이런 먼곳으로 학교를 다닐까?
가난한 것도 아닌데...
몇번인가 그 연애 편지를 전해주고 했던거 같다.
수예 누나도 주식에겐 절대로 그런 사실을 애기해선 안된다고
신신 당부 했고..
그러고 보면 그 누나 연애 박사 아닌가?
중학교 3 년때에 남학생에게 그런 연애 편지를 스스럼없이 주고
받았으니...
그 후론, 주식이와, 화섭이 등 3 인방이 자주 그 누날 모시고
과수원에가서 포도도 사 먹고 수박도 사 먹곤 했지만..
그 사실은 함구했다.
한참후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현역 장교과 결혼했다는
수예 누나...
-주식아,
수예 누나 잘 살고 있지?
어디서 살고 있어, 지금...
-인천에서 살고 있어 .그런 데로 잘 살고 있어..
수예 누나가 보고 싶다.
그런 애띤 모습은 볼수 없겠지만, 아주 오랜 애기도 하고 싶다
그리고 이젠 그 연애 편지에 대한 사연도 듣고 싶기도 하고..
사춘기 시절의 한 순간의 추억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