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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반쯤 열린 문틈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두꺼운 침묵으로도 밀어내지 못하고
푸석한 낯빛 하나로 거리를 나선다
반만 남은 노을이 감싸 안은 거리는
가슴까지 차 오른 꿈, 푸르게 출렁이고
그 속에 섞이지 못한 삼각 파도의 내가 있다
무심코 올려다 본 유년의 하늘은
골 패인 기억들만 촘촘이 찍어낸다
시간의 고삐를 풀어 얼마를 더 가야할까?
날카로운 바람이 붉은 알들을 쏟아내면
부스스 일어나는 어린 잎새 한 줄기
하늘가 꽃물을 토해낸 아침이 오고 있다
**2003 년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당선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