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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6 일째

봄의 계단.......

   

 

 이송희

     

반쯤 열린 문틈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두꺼운 침묵으로도 밀어내지 못하고

 

푸석한 낯빛 하나로 거리를 나선다

 

반만 남은 노을이 감싸 안은 거리는

 

가슴까지 차 오른 꿈, 푸르게 출렁이고

 

그 속에 섞이지 못한 삼각 파도의 내가 있다

 

무심코 올려다 본 유년의 하늘은

 

골 패인 기억들만 촘촘이 찍어낸다

 

시간의 고삐를 풀어 얼마를 더 가야할까?

 

날카로운 바람이 붉은 알들을 쏟아내면

 

부스스 일어나는 어린 잎새 한 줄기

 

하늘가 꽃물을 토해낸 아침이 오고 있다

**2003 년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당선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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