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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긴 겨울에 이어지는 봄이 우리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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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 여싯여싯 질겨서
지난 겨울 큰 추위에도 얼어죽지 않고 무사히 보냈습니다
그러나 삼한사온 없어진 그런 겨울 백 번만 살면
너도 나도 겨울처럼 산처럼 깊어지겠습니다
추위로 사람이 얼어죽기도 하지만 사람이 추위에 깊어집니다
우리나라 사람 좀더 깊어야 합니다
드디어 묘향산만큼 깊어야 합니다
장마 고생이 가뭄만 못하고
가난에는 겨울이 여름만 못한 것이 우리네 살림입니다
이 세상 한번도 속여본 적 없는 사람은 이미 깊은 사람입니다
그런 순량한 농부 하나둘이
긴 겨울 지국총 소리 하나 없이 살다가
눈더미에 묻힌 마을에서 껌벅껌벅 눈뜨고 있습니다
깊은 사람은 하늘에 있지 않고 우리 농부입니다
아무리 이 나라 불난 집 도둑 잘되고
그 집 앞 버드나무 잘 자라도
남의 공적 가로채는 자 많을지라도
긴 겨울을 견디며 그 하루하루로 깊어서 봄이 옵니다
봄은 이윽고 긴 겨울에 이어지는 골짜기마다 우리의 것을
누가 모르랴 동네 어른이며 날짐승이며
봄이 왔다고 후닥닥 덕석 벗지 않는 외양깐 식구며
나뭇가지마다 힘껏 눈이 트는 봄이
이미 우리들의 얼굴에 오르는 환한 웃음입니다
깊은 겨울을 보낸 깊은 충만으로
우리들의 많은 할 일을 적실 빛나는 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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