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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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일째
그 빈 터
* 김 영석 * 우리가 오랫동안 잃어버리고까마득히 잊고 있었던옛 절터나 집터를 찾아가 보라우리가 돌아보지 않고 살지 않는 동안그 곳은 그냥 버려진 빈 터가 아니다온갖 푸나무와 이름모를 들꽃들이오가는 바람에 두런거리며작은 벌레들과 함께 옛이야기처럼 살고 있다밤이 되면이슬과 별들도 살을 섞는다우리는 살아가면서가진 것들을 하나씩 잃어버린다소중한 이름과 얼굴마저 까마득히 잊어버린다그렇게 많은 것을 잃고 잊어버린 마음의 빈 터에어느날 문득 이르러 보라무성히 자란 갖가지 풀과 들꽃들이마파람 하늬바람과작은 새 풀벌레들과 오순도순 살고 있다.그 드넓은 풀밭과 들꽃들 위로 지는 노을은아름답다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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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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