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3 일째
정든 한숨
최영미 어느날 나는 심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떠날 수도머물 수도 없는 길 위를 서성이며 내 안의 나를 낚고 있었다. 바윗등에 부딪쳐 흩어지는 물보라같은 원망의 순간순간들이 다 헛되이 거품으로 끝나지 않았던가.가슴 한구석을 돌며 정박해 있던 한숨이 마지막바람에 몸을 풀었다. 나는 네 무력한 심장에 돌을던져 희미한 파문이라도, 잔 물결이라도 일렁이고싶었다. 세상의 거친 바람에도 지워지지 않을 문신을새겨넣고 싶었다. 밀고 밀리던 반성의 시간들 위로 뜬구름은 흘러 어디로 가나. 더이상 꿈꿀 것도 잃을 것도 없어 벌레로 밖에 살 수없었던 혼자만의 방. 길들여진 오랜 낮과 밤을 인질로 삼아 팽팽히 대결하던 자승자박의 질긴 끈을마침내 놓아야 하는가. 허공을 휘젓다 지친 손 끝에아직 열기가 남아 있을 때, 어둠의 끝에서 지펴지는한가닥 가는 불빛은 오히려 절망이었나. 얼마나 더사위어야 꺼질 수 있나. 그 잘난 희망없이도 우린 살았다. 아직 못 태운무언가가 남아있다면, 다시 고개 들고 태양 아래 너를 내놓아라. 그 빛이 과거를 말리어 표백하고정든 한숨과 환멸의 힘으로 노를 저어 너의 바다에이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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