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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62 일째

그토록 많은 비가

* 류 시 화 * 1.그토록 많은 비가 내렸구나밤 사이 강물은 내 키만큼이나 불어나고전에 없던 진흙무덤들이 산 아래 생겨났구나풀과 나무들은 더 푸르러졌구나집잃은 자는새 집을 지어야 하리라그토록 많은 비가 내려푸르른 힘을 몰고 어디론가 흘러갔구나몸이 아파 누워 있는 내 머리맡에선어느새 이 꽃이 지고 저 꽃이피어났구나2.그토록 많은 비가 내리는 동안 나는 떡갈나무 아래 선 채로 몸이 뜨거웠었다무엇이 이곳을 지나 더 멀리 흘러갔는가한번은 내 삶의 저편에서 무슨 일이일어났는가모든 것이 변했지만또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그리고 한번은 이보다 더 큰 떡갈나무가밤에 비를 맞으며 내 안으로 걸어 들어온 적이 있었다그리하여 내 생각은 얼마나 더 깊어지고 떡갈나무는 얼마나 더 풍성해졌는가3.길을 잃을 때면 달팽이의 뿔이 길을 가르쳐주었다때로는 빗방울이때로는 나무위의 낮선 새가모두가 스승이었다달팽이의 뿔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나는 먼 나라 인도에도 다녀오고그곳에선 거지와 도둑과 수도승들이또 내게 길을 가르쳐주었다내가 병들어 갠지스 강가에 쓰러졌을 때뱀부리는 마술사가 내게 독을 먹여삶이 한 폭의 환상임을 보여주었다그 이후 영원히 나는 입맛을 잃었다4.그때 어떤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펼치고빗속을 날아갔었다밤이었다내가 불을 끄고 눕자새의 날개가 내 집 지붕을 덮어주었다그리고 나서도 오랫동안비가 내렸다나는 병이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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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92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91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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