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고향아 꽃은 피지 못했다
* 이 용악 * 하얀 박꽃이 오들막을 덮고당콩 너울은 하늘로 하늘로 기어올라도고향아여름이 안타깝다 무너진 돌담돌 우에 앉았다 섰다성가스런 하루해가 먼 영에 숨고소리 없이 생각을 디디는 어둠의 발자취나는 은혜롭지 못한 밤을 또 부른다도망하고 싶던 너의 아들가슴 한구석이 늘 차거웠길래고향아돼지굴 같은 방 등잔불은밤마다 밤새도록 꺼지고 싶지 않았지드디어 나는 떠나고야 말았다곧 얼음 녹아내려도 잔디풀 푸르기 전마음의 불꽃을 거느리고멀리로 낯선 곳으로 갔더니라그러나 너는 보드러운 손을가슴에 얹은 대로 떼지 않았다내 곳곳을 헤매어 살길 어두울 때빗돌처럼 우두커니 거리에 섰을 때고향아너의 부름이 귀에 담기어짐을막을 길이 없었다「돌아오라 나의 아들아까치둥주리 있는아카시아가 그립지 않느냐배암장어 구워먹던 물방앗간이새잡이하던 버들방천이너는 그립지 않나아롱진 꽃그늘로나의 아들아 돌아오라」나는 그리워서 모두 그리워먼 길을 돌아왔다만버들방천에도 가고 싶지 않고물방앗간도 보고 싶지 않고고향아가슴에 가로누운 가시덤불돌아온 마음에 싸늘한 바람이 분다이 며칠을 미칠 듯이 살아온 내게다시 너의 품을 떠나려는 내 귀에한마디 아까운 말도 속삭이지 말아다오내겐 한 걸음 앞이 보이지 않는슬픔이 물결친다하얀 것도 붉은 것도너의 아들 가슴엔 피지 못했다고향아꽃은 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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