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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2 일째

윤똑똑이 두 주필( 퍼온글)

주필. 한 시대의 지성을 상징할 자리다. 우리에게도 주필은 있었다. 신채호와 장지연. 100여 년이 흐른 오늘 을씨년스레 묻는다. 과연 오늘 주필은 있는가. 자리는 가멸지다. 가령 에 김대중 주필이, 에 권영빈 주필이 있다. 하지만 생게망게한 일이다. 미국의 조지 부시 정권이 불장난을 공언할 때 두 주필의 글을 보라. 제목부터 수상쩍다. 김 주필은 묻는다. `북 때문에 한ㆍ미가 싸운다?' 권 주필도 선정적이다. `인질범과 햇볕정책.' 권위 탓일까. 모두 훈계다. 김 주필은 부르댄다. “미국이 9·11 이후 `다른 미국'이 됐음을 직시하라.” 이어 `지도층'을 다그친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벗어나 국제적으로 경제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 적어도 이 나라의 지도층이라면 깊이 숙고하고 대답해야 한다.” 도끼눈으로 `일반 시중사람'과 `단체들'을 꾸짖는다. “그저 시류에 따라, 남이 하니까 따라하는 식으로,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면서 반미를 얘기하고 데모를 부추”긴단다. 마침내 정부를 훌닦는다. “운동방식의 외교를 동원하지 말기 바란다.” 권 주필도 용춤 춘다. 한 외국 신문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인질범'으로 표현했지만 자신은 부족하단다. “미사일과 탄저균 같은 무시무시한 무기를 갖고 인질과 경찰을 해치는 것은 물론 범인 스스로 죽기를 각오하고 덤벼들” 인질범이란다. 예의 정부를 비난한다. “갑작스런 외교부장관 경질로 강한 반감과 불쾌감을 미국에 표시했다.” 송곳눈으로 시민단체들과 일부 대선주자·국회의원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본다. 그가 `한·미 갈등을 푸는 첩경'으로 내놓은 것은 뭘까. 군사적 견제와 대응은 미국 쪽에 맡기란다. 기막힌 일이다. 우리 뜻도 묻지 않고 이 땅에서 전쟁불사를 엄포놓는 부시에게 군사적 대응을 맡기라는 주필의 주장은 아무래도 철없다. 국가를 위해 미국과 갈등은 안 된다는 주필의 비장한 현실론은 미국과 경제교류를 하면서도 자주성을 잃지 않는 숱한 나라들의 현실을 모르쇠한 거짓말이다. 두 주필의 글에서 `논리'를 찾을 수 있다면 단 하나다. 친미사대주의다. 그렇다. 꾸중을 들어야 할 자는 그들이 경멸한 `일반 시중사람'이나 그들이 매도한 `폭력청년'들이 아니다. 거꾸로다. 두 주필이다. 미국이 우리 겨레를 학살한 만행을 외국 언론이 크게 보도해도 정작 대한민국의 두 주필은 나몰라라 한다. `악의 제국'을 세계 여론이 비판할 때도 각각 한국언론을 자칭 대표한다는 조선·중앙 그리고 는 미국을 두남둔다. 조금이라도 미국을 비판할라치면 나라가 결딴날 듯이 길길이 뛰는 군상은 기실 언론계만 있지 않다. 국회와 학계에도 수북하다. 그점에서 두 주필은 이 땅의 `거울'이다. 그들이 발행부수 1·2위 신문사의 주필임에서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엷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짐짓 점잖고 사뭇 현학적이고 때로는 깊이를 자처하지만 두루 관통하는 것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천박성이다. 더러는 자신만이 슬기로운 듯 미국을 이용하자는 `용미'를 내건다. 반미는 깊이도 책임도 없는 주장이라며 근엄한 표정이다. 윤똑똑이들은 참으로 용미를 하려면 반미운동이 타올라야 함을 모른다. 때로는 생명까지 바쳐 온몸으로 반미를 부르짖은 젊은 지성이 있었기에, 늘 호의호식해온 자신들이 언죽번죽 용미를 주장할 수 있는 현실도 알 턱이 없다. 그래서다. 윤똑똑이라는 부름이 적실한 것은. 철없다는 비판이 전혀 무례하지 않은 것은. 바로 그 철없는 윤똑똑이들이 언론과 정치의 `지도층'을 자처하며 줄서 있기에 부시는 저렇게 오만한 게 아닐까. 그들이 훈계해온 `시중 사람들'과 `폭력청년'들이 있기에 가식이나마 미소를 머금은 게 아닐까. 부드럽게 말을 바꾼채. 부시가 서울을 떠난 오늘 그렇다면 무엇일까. 상식을 지닌 사람들과 청년이 지금부터 할 일은. 손석춘/ 여론매체부장 ( 한겨레 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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