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50 일째
내부 식민지론( 퍼온글 )
강준만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날로 심해져 지방은 식민지로 전락해 가고 있다. 이에 대해 지방의 저항이 전혀 없는 건 아니나 가벼운 시늉에 그칠 뿐이다. 왜 그럴까? 지방 식민지의 엘리트 계급이 기존 체제에서 큰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의 구분은 진실을 은폐한다. 한국인은 `고향'이 유전자에까지 각인돼 있는 특수한 인종이라 주민등록 주소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더라도 아버지 고향에 따라 자신의 지역 정체성을 갖는다. 서울의 빈민층은 지방에서 뿌리뽑혀 쫓겨난 사람들이지 서울이 좋아서 간 게 아니다. 지방의 상류층은 서울과 지방에 양다리를 걸치고 살면서 지방의 단물을 빨아 먹는다. 정치인들은 서울에서 뭔가 여의치 않으면 자기 고향에 내려가 지역감정을 선동해 자기 이권을 챙기고 기업인들은 그러한 지역 연고를 이용해 돈을 번다. 지방의 보통사람들은 서울에서 잘 나가는 자기 고향 사람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등골이 휘는 것도 모르고 선거만 했다 하면 죽어라 하고 자기 고향 패거리에게만 표를 던진다. 물론 그렇게 해서 얻어 먹을 콩고물이 있을까 해서 그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런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자기 고향을 우습게 봤기 때문에 복수해야 한대나 어떻대나. 일부 신문들은 그런 이치를 신문 장사에 이용해 돈을 번다. `갈등'이야말로 신문을 파는 데에 가장 좋은 메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 그들은 모든 보도를 지역주의 중심으로 함으로써 갈등을 극대화시키려고 애를 쓴다. 물론 그들은 지역주의를 걱정하는 척하기도 하지만 교묘하게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짓을 더 많이 한다. 그렇게 돈을 벌어 비대한 몸집을 갖게 된 일부 신문들은 행여 지방 사람들이 제 정신 차릴까봐 염려돼 그들을 헷갈리게 만드느라 애를 쓴다. 어느 날엔 `서울-지방' 격차가 날로 커져 문제라는 주장을 해놓고 그 다음날엔 천연덕스럽게 수도권 집중 억제가 국가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그 비대 신문들은 미국에서 발행부수가 많은 `빅3' 신문의 시장 점유율이 5%에 지나지 않는 반면, 한국에서의 `빅3'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애써 미국과 한국은 여러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자위하긴 하지만 지방 사람들이 제 정신 차려 제대로 된 지방자치 부르짖게 되면 자기들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기존의 지역갈등 구도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애를 쓴다. 지방의 식민지화엔 지방 신문들도 가담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중앙의 비대 신문들에 대해 감히 입바른 소리를 하지 못한다. 비대 신문들을 두려워할 만한 약점이 많기 때문에 그러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방 신문들은 대부분 지방 식민지 엘리트들에 의해 경영되기 때문에 이들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데엔 능해도 기존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애쓰는 내부의 다른 엘리트 계급을 건드리지 못한다. 지방 방송도 크게 다를 게 없다. 한국방송의 25개 지방국과 문화방송의 19개 계열사의 경영자는 여의도 본부에서 지방 식민지 방송의 총독으로 파견되기 때문에 무난하게 일하는 걸 좋아한다. 이와 같은 `내부 식민지론'은 서울보다는 지방에서 훨씬 더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는 논란의 소지가 큰 주장이지만, 논란 없는 진실 규명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그 지긋지긋한 대학입시 전쟁도 `내부 식민지'의 산물임을 잊지 말자. 다음 지방자치 선거에서 모든 지방민들이 참여하여 이 주제로 원없이 말로 치고박고 싸워보자. 강준만/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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